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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내게 작가 친구 한 명을 택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알베르 카뮈'다. 그가 부르기만 하면 신들이 내려와 산다는 봄날 티파사의 태양 속으로, 압생트의 향기 속으로 난 언제나 그를 만나러 달려갈 것이다.

라벤더 향기가 뜨거운 열기에 휩싸인 보랏빛 언덕에 나란히 누워 우린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며 마지막 여행지인 루르마랭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리라. 가끔은 눈부신 태양과 장엄한 고요만 펼쳐진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이유 없는 눈물을 글썽일지도 모른다.

티파사에서 가장 멋진 이 지상의 인간이 내 친구라는 것이 난 자랑스럽다. 벽투성이이며 상처받기 쉬운 이 세계에서 내 친구는 '사랑과 욕망을 만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고, 그 어떤 쓰디쓴 철학과 교훈을 구하지 않았으며, 다만 태양과 입맞춤과 야성의 향기 외에는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으로 여겼다. 내 친구는 티파사에서 누구보다 씩씩하고 행복했다.

나의 20대, '이방인'이라는 이상하고 애매한 책을 만났을 때만 해도 난 이 친구가 별로였다. 누군가 이 책에 대해 아는 체 하기만 해도 그 사람은 천재이거나 허세 덩어리로 생각했다. '부조리'의 우화는 내게 너무나 어려웠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카뮈의 말대로 '무대장치들이 문득 붕괴하는 일'이 생겨나고 난 다시금 이 친구를 찾게 되었다.

카뮈가 표현한 습관의 세계, '아침에 기상, 출근, 사무실 혹은 공장에서 보내는 네 시간, 식사, 네 시간의 노동, 또 식사, 수면, 그리고 똑같은 리듬으로 반복되는 월·화·수·목·금·토의 행로'는 죽음이 찾아오는 날까지 관성으로 이어지는 흐름일 터였다. 다만 어느 날 문득 왜? 라는 의문과 함께 습관이 비틀대는 지점, 세상과 내가 절연되는 전환점이 시작된다. 부조리한 세계를 의식하는 시점이다.

타성대로 살아가던 늘 익숙한 세계가 돌연 나의 삶, 나의 영토가 아니라는 느낌이 불쑥불쑥 솟아나면서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침내 난 '부조리 인간', 아니 '부조리를 의식하는 인간'이 되었다. 난 필연적으로 삶과 존재를 낯설어하며 질문을 던지는 이방인임을 스스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카뮈와 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친구와 나와의 우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읽고 생각하며,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가야만 했다. 애증의 관계에서 미움이 사라졌을 때는 내가 친구의 말을 묵묵히 다 들어주었을 때였다.

난 항상 오래된 이 친구를 그리워했다. 특히 나무들마다 새들이 깃들고, 황금빛 꽃가루들이 넘실대면서 대자연이 꽃들을 피워내는 봄철이 되면 더 그립다. '아름다운 존재들이 저마다 제 아름다움에 대한 긍지를 더해가는' 이 계절은 내 친구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내 친구 카뮈는 관념이나 추상성보다는 인간이라는 살아서 팔딱이는 구체성으로 살았다. 그에게 세계와 자연은 투쟁과 변형이 아니라 우애와 응시의 대상이었다. 지금 이대로의 대지에 동의하고 현실의 비합리까지 인정하려 하였다. 부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반항하지 않는 것에는 분노했다. 살아있다는 기쁨, 존재한다는 희열을 육체의 감각으로 살아냈다.

"찬란한 아름다움이 의미하는 것, 그것은 바로 한없이 사랑할 권리"라고 말한 내 친구 카뮈를 호출하면서 난 올해의 봄을 맞이한다. 친구가 황홀한 티파사를 살고 그것을 증언했듯이, 나도 온몸으로 봄을 살며 인간으로서의 내 역을 완수하고 싶다. 그것이 내 친구 카뮈와의 우정을 지키는 것이며, 단순성 속에서 위대함을 찾는 종족이 되는 것이며, 나의 티파사를 찾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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