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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인류의 역사 500만년, 그 중에 250여 년의 자본주의를 살아온 우리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모든 국가가 손에 만질 수도 없는 돈을 경쟁적으로 찍어내고, 모두가 빚더미에 허덕이게 된 이 세상은 행복해졌을까?

현재의 선악은 지불능력의 유무로 구분되어지고, 신용평가로 빚을 낼 수 있는 액수가 나의 가치를 증명하는 자료이다. 부채와 상환능력이 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었다. 그 능력에 따라 부자와 가난한 자로 차별된다.

수시로 참기 어려운 모멸감을 감수하면서도 돈을 버는 이유는 매달 통장에서 자동 인출되는 대출 원금과 이자, 대수롭지 않게 매일 긁어대는 신용카드 빚의 올무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1%를 제외한 99%의 사람들에게 부채를 지우면서 미래 시간까지 담보로 잡았다. 인간의 도덕과 실존, 삶의 양식과 가치관, 시간과 미래까지 통제하는 돈은 이제 신이 되었다. 우리는 자본이라는 신에게 채무자로 끌려 다니는 사람들이다.

화폐를 연료로 가동하는 자본주의는 빚 권하는 사회이다. 누군가 빚을 지는 사람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 자본주의 관점에서 빚이 선(善)인 세상은 역설적이며 배신감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내가 대출 이자를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하고, 누군가 대출 이자를 갚으면 내가 파산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속성인 것을. 서로에게 부채의 고리로 연결된 요지경 세상이다.

이런데도 아무도 자본주의를 버리지 못한다. 인류 역사상 등장했던 어떤 체제도 자본주의를 이기지 못했다. 아직은 자본주의가 인류의 부를 생산해 내는 데 최적의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그 '부'가 가난을 구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부'란 말인가?

빈부의 양극화, 실업, 불평등, 탐욕스런 금융자본, 파산이라는 단어는 진부할 정도이다. 단 하루도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친숙하기까지 하다.

모두가 잘 살게 된다던 아담 스미스는 틀렸다. 무산자의 혁명으로 자본주의가 무너질 거라는 칼 마르크스의 예측도 빗나갔다. 아니면 마르크스는 너무 일찍 와 버렸는지도 모른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던 케인스, 자유시장만이 대책이라던 하이에크도 더 이상의 해결책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고장이 난 게 틀림없다.

자본주의는 수리가 가능한 것일까? 평생을 빚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삶은 정상일까? 앞으로는 내 행복을 따라 살아가는 여유로운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충족된 삶이 오기는 할 것인가?

사회의 문명화를 평가하는 기준은 약자가 어떻게 배려 받는가에 달려 있다. 인간이 인간을 믿고 공생하는 이유는 서로서로 울타리가 되고 열쇠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서로의 울타리와 열쇠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복지 자본주의로 가야 한다.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생산적인 복지, 약자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건강한 복지를 지향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강력한 성장엔진은 우리 모두를 위해 쓰여야 한다. 자본주의의 혜택이 99%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따뜻한 자본주의로 바꾸어야 한다.

세상의 부모들이 일생을 투영하여 부채를 갚고, 또 다른 채무를 자녀의 삶에 수액처럼 흘려보내는 자본주의적 삶이 이어져서는 안된다. 사랑했던 추억, 고마웠던 기억, 성취와 희열의 순간을 남겨주는 인문주의적 삶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태어날 후세들이 영원히 갚지 못할 빚은 가족과 이웃이 베푼 사랑, 기쁨, 추억이어야 한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그리움이라는 부채뿐이어야 한다.

내가 꿈꾸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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