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8.12.18 17:23:36
  • 최종수정2018.12.18 17:23:36

장정환

에세이스트

 글 제목을 정하기 위해 '밥을 먹는 동안에'와 '밥을 먹는 동안은'의 두 문장을 두고 출근시간 내내 망설였다. 소설가 김훈이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라는 '칼의 노래' 첫 문장을 쓸 때, 주격조사를 '은'으로 할지 '이'로 할지 오랫동안 고심했듯이 나도 그랬다.

 조사 하나에 따라 문장이 완전히 달라지듯이, 조사하나에 삶이 갇혀버리기도 하고 활짝 열리기도 한다. 단 하나의 조사나 어미(語尾)로 삶을 대하는 관점이나 살아가는 태도가 바뀌기도 한다.

 지난 3개월간 밥집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이 있다면 밥을 먹는 동안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진면목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시간은 불과 10분에서 30분 남짓이지만 한 사람의 삶을 일별할 수 있는 긴 시간이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 공간이 '푸드 포르노'로 가득 채워지는 시대이다. 섹스 대신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는 세상, 음식이 페티시즘의 대상으로까지 확장돼 먹방이 아니면 방송국 운영을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밥 한 끼가 생존의 절대조건이다.

 "움푹해라 내 욕망은 밥숟갈을 닮았다."라는 시구절도 있듯이 비어있는 밥그릇은 밥에 대한 절망이다. 그러니 삶을 말할 때 밥만큼 절박하고 사실적인 비유가 없을 듯하다. 게다가 세상살이를 돌아보면 죄다 밥벌이 문제이고 밥그릇싸움에 다름 아니다.

 사람의 얼굴이 천태만상이듯이 밥을 대하는 태도도 천차만별이다. 그 차이는 삶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엿보게 했고 사람 됨됨이까지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수많은 '타자'와 만나는 행위이기도 하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은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배출하는 과정이지만, 밖의 다른 것이 내 몸의 일부가 돼 내 정체성을 만들고 세상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음식이 되는 세상의 모든 재료, 가령 쌀과 콩과 배추와 미나리와 고등어와 돼지까지도 깊이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것은 삶의 어떤 행위보다도 더 철학적인 실천일 것이다.

 밥을 대하는 다양한 사람 중에 무라타 사야카의 소설 '편의점 인간'만큼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인물도 드물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은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막강한 제도이다.

 주인공 게이코는 생존 그 이상의 사회참여를 거부하고 편의점에서 일하며 삼시 세끼를 거의 편의점 음식만으로 때우는 사람이다. 그녀에게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먹이'일 뿐이다.

 반면에 헤밍웨이 같은 미식가이자 탐식가도 있다. '굴의 강한 바다맛과 금속성 맛이 차가운 백포도주에 씻기고…' 등의 문장을 접하다 보면 그가 음식을 얼마나 관능적이고 탐욕적으로 받아들이는지 글을 읽는 중에도 침이 꼴깍 넘어갈 지경이다. 헤밍웨이에게 음식의 탐닉은 그가 생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또 다른 미학인 셈이다.

 밥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침밥 먹고 점심밥 먹고 저녁밥을 먹는다. 매일의 시작이 밥이고 마지막도 밥이다.

 어떤 밥일지는 내가 밥을 먹는 동안에 만들어진다. 따뜻한 밥, 고소한 밥이 있지만 성실한 밥, 정직한 밥, 예쁜 밥도 있다. 고마운 밥이 있는가하면 사랑스런 밥이 있고, 눈물담긴 밥도 있다.

 내가 밥을 먹는 동안은 내가 그 밥을 남과 나누는 시간이며 타자와 함께 만나는 순간이다.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는 둥근 밥그릇처럼 세상은 그렇게 둥글둥글 굴러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