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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센토사의 북미정상회담 이후 줄곧 고르바초프가 생각났다.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에 올랐을 때 난 대학 4학년이었다. 당시 내가 힘들여 읽던 책은 '소련공산당사'였고, 주된 관심사는 볼셰비키 사회주의 혁명으로 세계의 맹주로 커온 소련의 행보였다.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 강자 소련이 우리 민족의 운명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치학도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집권하자마자 고르바초프가 가했던 조치들,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기치로 내건 변혁의 시작이 나의 흥미를 강하게 끌었다.

아직 상황파악은 안되지만 무언가 거대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었다. 국제관계학 수업 중이었다. 새 집권자에 따른 소련의 향방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 내가 주장했던 의견은 누구의 호응도 얻지 못했다. 나는 조만간 공산주의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생활전선으로 뛰어 들고난 후 소련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지만 고르바초프에 대한 뉴스는 꼭 챙겨보았다.

소련의 개혁과 개방의 영향으로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졌다. 동유럽 나라들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나면서 공산당 정권은 하나둘씩 무너졌다.

급기야 소련 각각의 공화국들이 주권을 선포하며 연방을 탈퇴하기에 이르렀고 소련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모스크바 크렘린에 혁명 이전의 러시아 국기가 게양되었을 때, 난 집안에 놓여있던 '역사와 현실 변증법', '자본론'이나 모든 이데올로기에 관한 책들이 한낱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것 같아 며칠 동안 기분이 묘했었다.

다만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극한 대결이 사라지면 한반도뿐 아니라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가 날 들뜨게 했다. 그것은 내 30대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나 지났으나 가장 변화를 바랐던 북한만이 바뀌지 않았다. 내 나이도 조금 있으면 60대에 접어드니 한 세대가 훌쩍 흘러가 버린 셈이다. 안타까운 세월이지만 그나마 난 이제 안도하게 되었다.

마침내 한반도에 데탕트의 시대가 온 것이다.

'데탕트(긴장 완화)'라는 용어는 내 또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말일 것이다. 강대국의 극단적 대결 후에는 항상 데탕트가 거론되었다. 화해를 위한 데탕트 이후의 국제관계는 새로운 세력들의 재편으로 이어졌다.

1972년 닉슨과 마오쩌둥 회담이후에는 중국이 부상했고, 1986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회담이후에는 소련과 동구권의 공산권이 몰락했다. 북미회담 이후에는 동북아에서 형성될 새로운 세력균형의 변화가 매일의 뉴스를 채워갈 것이다.

데탕트의 어원대로 팽팽히 당겨있던 활시위가 이제 풀렸다. 그것은 고르바초프 시대처럼 대결보다는 공존과 상생의 시기로 들어섰음을 뜻한다.

비록 러시아에서는 2%의 지지만 받는 실패한 정치인일지라도, 고르바초프가가 바꾼 세계사적 물줄기는 거대했다. 그것은 "평화 없이는 번영 없다"는 그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화 없이는 번영도 없지만, 평화 없이는 자유도, 행복도, 미래도 없다. 이 시점에 세계와 국내 및 북한의 지도자들, 모든 국민이 고르바초프의 말을 되새겨야 할 이유이다.

우리는 더 이상 잃어버린 30년을 후세대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평화로운 미래와 번영을 원한다면 그 누구도 이제 전쟁을 말해서는 안 된다.

3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난 지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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