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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해운대 구남로에는 내가 머문 3일내내 재즈와 락음악이 흘렀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었고, 왁자지껄한 말과 웃음소리가 밤낮으로 그치질 않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였다. 거의 열흘 동안 열리는 '부산 원아시아페스티벌'의 중심거리에 나도 모르게 들어와 버린 것이다.

부산의 문화와 한류콘텐츠를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연계하는 축제, 축제의 거리는 세계의 이방인들과 함께 들떠있었고, 축제가 내뿜는 열기로 남쪽의 도시는 후끈 달아올랐다.

축제는 이곳 해운대 뿐 아니라 용두산 공원과 시민공원에서, 수영강변로의 '영화의 전당'과 서면 '놀이마루'에서, 부산 모든 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고속열차를 타고 내려올 땐 조용히 쉬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았다.

이 도시는 젊었다. 여긴 에너지와 열정이 넘쳐 흘렸다. 역동적인 감각이 거리 전체를 메꾸었다.

숙소의 커튼을 열어두게 했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했고, 나를 거리로 뛰쳐나가게 했다.

축제의 절정은 광안바다에서 펼쳐지는 불꽃축제였다. 지하철 출구부터 발 디딜 틈 없이 이어지는 인파는 광안리 모래만큼이나 촘촘했다.

이미 사람들로 꽉 찬 백사장, 사람들은 해안도로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서 불꽃이 점화되기를 기다렸다. 긴긴 기다림의 시간은 부산 모든 곳에서 이어졌다.

동백섬에서, 이기대와 용호만 부두에서, 남천동 방파제에서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축제의 시간을 고대하며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봤다.

드디어 오색의 불꽃이 하늘로 솟구쳐 오르고,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과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가 장엄하게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8만발의 오색불꽃이 거의 한 시간동안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행복 에너지와 자신감과 생성의 기운이 부산의 대기를 가득 채워갔다.

도시의 거리는 그렇게 모두에게 열려있었고, 함께 어울리게 했고,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며 환호하며 소리 내어 웃게 만들었다.

난 축제의 거리를 떠밀려 걸으면서 이 거대한 도시의 허구를 생생한 실체로 작동시키는 연료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도시가 사람과 사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단지 벌어먹기 위해서만 통행하며 노동을 하는 곳, 비즈니스만 있는 곳, 나만을 위해 블라인드를 드리우고 입에 밥만 떠 넣는 닫힌 공간으로만 남을 것이다.

축제는 결코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다. 축제는 각자의 문을 활짝 열고 밖의 열린 공간으로 나오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으며, 가슴을 부딪치며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야간열차에서 내려 오송역을 빠져나올 때, 난 저마다의 거주지로 빠르게 움직이는 수많은 불꽃들을 보았다. 노발리스의 말대로, '나무는 꽃피는 불꽃, 인간은 말하는 불꽃'의 그 '말하는 불꽃'들이었다.

불꽃은 부산 앞바다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늘밤에도 내일도 곁의 누군가를 위한 일상의 축제를 향해서, 그 고된 몸을 지펴 불 밝힐 불꽃이었다.

3일간의 내 짧은 여행도, 여행 속 '10월의 어느 멋진 날' 축제의 시간도 끝났다. 하지만 축제는 나를 초대하지 않아도 이미 내 생 안에 존재했고, 나는 이미 축제 속에 있었다.

불꽃은 나를 태울 때 아름다운 빛을 낸다는 것, 그 자명한 사실조차 난 나이가 들어버린 후 너무 오래 지나, 부산의 축제장에서 다시 생각해 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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