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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100번째도 아니고 왜 99번째인가, 99란 숫자가 완전하지 않은 불완전성, 확정적이 아닌 미확정의 여백이 있기에 난 더 좋다. 그 부족함이 내 실존의 실체이며 내가 살아가는 자세이기도 하다.

내가 신문 지면에 글을 쓴 횟수가 99번째라는 것이니 사실 별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데 내겐 별거였다. 허구를 무기로 쓰는 소설과 달리 에세이는 자신을 까발리는 행위이며, 자기개시를 많이 할수록 진솔한 글이 된다는 점에서 자기 고백적이며 도발적인 글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

내가 애정을 갖는 글이란 삶에 촘촘하고 밀도 있게 접근하는 글이며, 부조리하고 비루한 우리네 일상의 실존적 아픔을 드러내는 글이다. 그 아픈 글을 통해 내가 치유되고 네가 건강해지고 우리가 조금씩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런 글들을 마주할 때 난 들떴고 충만해졌다. 글은 우리 삶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살아가기 힘든 날들 정도는 구제할 수 있다고 난 자신 있게 말한다.

글을 쓸 때마다 먼저 나를 다스린다. 미문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 계몽을 위한 건방진 태도와 허세를 가지지 않는 것이다. 그 바람이 이루어졌는지는 자신할 수 없으나 내 능력껏 노력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면 내가 아둔하고 재능이 부족한 탓이다.

2011년이니까 햇수로 6년 전에 이 지면에 글을 싣기 시작했다. 순전히 충북일보 장인수 편집국장 덕이다. 당시 경제부장으로 내 사무실을 출입하던 장 국장은 국문학도 출신답게 가끔씩 시를 쓰는 기자였고 업무엔 강직했으나 감성은 섬세했다.

"장형, 내년부터 우리 신문에 글을 실어보지"라는 한마디로 내게 귀한 지면을 할애해 주었다. 내가 읽는 책들에 대해 나눈 대화, 가끔씩 언론사에 보낸 내 기고문을 유심히 읽으며 오랜 시간 나를 관찰해온 것이리라. 그 계기로 겁도 없이 시작한 글쓰기였다. 그때 내 나이 쉰 살이 었다.

그 글쓰기를 시작으로 다음해 수필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내게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았다. 작가라는 호칭이 내게 좋은 글을 가져다주는 것도, 더 나은 명예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책임감의 무게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내겐 중요했을 뿐이다.

나이가 들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내겐 다행스러웠다. 연륜은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뻔뻔함에 가까운 당당함과, 인간은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힘을 주었다. 그 힘은 모든 불안한 세상사와 불비한 사람들에 대해 담담한 애정을 나누게 했다.

다만 원고지 10매 내의 짧은 글을 지난 6년간 단 한 번도 미리 쓰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직장 일을 마치고 마감에 임박해서 써내려간 글이기에 정제되지 않았고 거칠고 투박했다. 그렇지만 삶의 단면들이기도 한 내 글들, 즉 삶의 지리멸렬함과 유치함, 외로움과 상처, 소박한 즐거움과 진실, 사랑과 고독에 관한 이야기들에 독자들은 공감하고 내게 격려를 해주었다.

지금까지 난 원고지 천매도 되지 않는 글을 썼을 뿐이다. 내 보잘 것 없는 글들로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위로를 받고 따뜻한 꿈까지 꿀 수 있다면 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모자라고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999개의 글을 더 쓰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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