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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14 13:19:28
  • 최종수정2015.07.14 13:19:18

장정환

에세이스트

나 홀로 종일토록 빈둥대던 올봄 휴일이었다. 난 배가 고프든 아니든, 하루 세끼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입으로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으면서 밥이 부여한 이 구차한 습관, 혹은 거역할 수 없는 밥의 질서를 생각하곤 조금 심각해졌다.

내가 평생 밥을 먹어 오면서 내 손으로 밥을 짓고 음식을 차린 적이 몇 번이나 되는지를 헤아려보았고, 내가 먹은 모든 밥이 거의 남의 손을 통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삶을 살아간다고 하면서 나를 위해 음식을 차릴 줄 몰랐던 삶, 더불어 살아간다고 하면서도 남을 위해 요리를 하지 않은 삶은 밥에 대한 무례이고 모독이라 여겨졌다.

남이 해주는 음식만 먹을 줄 아는 자는 인생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요리책을 샀다. '4천만이 검색한 요리'나 '오늘의 국물 100선' '나물밥상 차리기'등등 몇 가지 요리책을 갖추고 나니 금세 일류 요리사가 된 것처럼 흡족했다.

이제 내손으로 직접 밥을 짓고 맛난 음식을 만들어 속이 헛헛해진 가족들의 뱃속을 든든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내가 자랑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 년에 몇 번 얼굴 보기도 힘든 아들놈들을 음식을 핑계로 자주 부를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졌다.

찹쌀, 멥쌀, 검은콩, 팥과 차조를 불려 오곡밥을 짓고, 오징어 몸통에 칼집을 낸 후 양파와 당근, 청양고추 등으로 자작하게 양념을 만들어 오징어를 볶고, 마블링이 예쁘게 박힌 꽃등심에 스테이크 소스를 발라 미디엄으로 구워야겠다며 혼자 생각을 펼쳐갔다. 육즙이 가득 든 등심 스테이크를 입안에 넣으며 행복해할 가족들을 생각하니 마냥 즐거웠다.

아! 홀로 들떠하던 그때부터 난 무엇을 해왔던가. 며칠에 한 번씩 부지런히 사들인 채소며 고기며 식재료들이 냉장고에 쌓여만 가고 제대로 된 요리를 한 번도 못해본 난 아직도 인생을 논할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채소가게며 정육점 총각 사장님과 친분이 두터워진 것은 큰 수확일 터이니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아야할 것이다.

다만 밥에 대해 예의를 갖추기로 작정한 다음부터 음식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내게 변화라면 큰 변화였다. 식탁에 오른 음식을 마주하다보면 농부의 땀방울이 보였고, 요리를 만든 사람의 감각이 느껴졌다.

난 갓 버무린 배추김치나 파김치의 양념의 깊이를 짚어갔고, 모락모락 퍼지는 밥 냄새를 온몸으로 느껴보기도 했다. 밴댕이젓갈에 배어있을 천일염의 농도를 음미하기도 했으며, 무심코 지나쳤던 멸치볶음이나 나물무침에도 재료나 양념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맛으로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를 알아갔다.

요리 속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오감이 전부 들어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게는 그것이 오욕칠정으로 버무려져 있는 사람들의 인생의 이치와도 같다고 여겨졌다.

모든 감각을 열어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며 정을 주며 살아가는 뭇사람들의 모습과 닮았음을 깨달았다.

세상의 모든 밥들이 구수하게 익어가고, 송송 썰어넣은 된장찌개속의 애호박이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어오르는 시간만큼은 더 이상 삶이 무례하고 외롭게 다가오지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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