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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이야기 - 벽화마을 수암골 드라마 명소되다

지난 2008년 공공예술프로젝트 시작… '제빵왕 김탁구' 등 인기 드라마 촬영
지난해 국내외 관광객 10만명 방문
사생활 침해·쓰레기 투기·주차난 심각
"혈세로 제작비 지원하는 관행 벗어나 보수 등 주민의 삶 가꾸는 노력 필요"

  • 웹출고시간2015.07.08 17:55:50
  • 최종수정2015.07.08 20:43:24
[충북일보] 한국 전쟁 이후 피난민이 모여 살던 조용한 달동네 수암골.

수암골 골목에 그려져 있는 햇님달님 벽화

ⓒ 기획취재팀
청주 우암산 서쪽, 상당구 수동 수암골은 통영 동피랑마을과 부산 감천마을과 함께 3대 벽화마을로 꼽힌다.

판잣집이 모여있던 달동네 수암골은 지난해에만 10만여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암골이 이처럼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삶의 공간을 떠나지 않고 지켜온 주민들의 자긍심과 붓끝으로 이들의 예술인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암골 벽화 중 유명한 '웃는 아이 삼남매'

ⓒ 기획취재팀
수암골은 한때 1천여가구, 3천여명의 주민이 살았던 때가 있었지만 지난 6월 말 기준 134가구, 306명만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수암골은 수십 년간 터를 잡고 살던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전체의 33.1%를 차지할 정도로 동네 곳곳마다 1960~1980년대 정취가 물씬 나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외지인들이 찾지 않던 조용한 마을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공공예술프로젝트가 시작된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홍원 화백을 비롯한 충북민족미술인협회 회원과 청주대학교·서원대학교 학생 10여명이 회색 담장에 형형색색 벽화를 입히기 시작하면서 벽화마을로 이름을 알렸다.

골목마다 동심이 일렁이는 벽화마을 구경하기 위해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인 2009년 2월 소지섭과 한지민이 주연을 맡은 SBSTV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작팀이 수암골을 찾았다. 제작팀은 2~4월 2개월여간 수암골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촬영했다.

한류스타로 주목받은 소지섭의 인기로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알음알음 동네를 찾았다.

아기자기한 주택과 골목길이 어우러진 수암골은 2010년 KBS2TV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주목받게 된다.

주인공인 탁구(배우 윤시윤)가 마준(배우 주원) 등과 제빵기술을 배우던 팔봉제과점이 바로 수암골에 있다.

최고 시청률 50.8%이라는 기록을 반영하듯 드라마인기에 힘입어 촬영지인 수암골도 덩달아 드라마 촬영지, 관광 명소로 자리잡게 됐다.

드라마 '영광의 재인'에 등장했던 영광이네 국수집

청주에서 유명한 국수집인 서문우동 분점으로 실제로 국수와 빵 등이 판매되고 있다.

ⓒ 기획취재팀
이후 수암골은 KBS2TV '영광의 재인(2011)', SBSTV '부탁해요 캡틴(2012)', SBSTV '출생의 비밀(2013)', KBS2TV '힐러(014~2015)' 등 해마다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을 받았다.

드라마는 물론 스크린에서도 수암골은 그림같은 배경으로도 등장한다.

한류스타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씨가 연출한 영화 '폴라로이드'가 수암골에서 촬영,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한국에 온 양밍(양판)이 길에서 병을 앓는 아이 수호(김태용)를 만나게 돼 우여곡절 끝에 수호의 엄마 은주(정재연)와 셋이서 한집에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수암골을 비롯해 청주목련공원 등 영화의 90% 이상이 청주를 배경으로 제작됐다.

수암골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의 모습

ⓒ 기획취재팀
수암골이 청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주민들은 마을 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주민 15명은 수암골 밥상 등 먹거리 개발과 관광기념품을 제작·판매하는 수암골 생활마을공동체 '마실'을 2011년 4월 출범시켰다.

2013년 6월에는 예술작가들이 수암골 공가를 활용한 '수암골 예술촌'를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민화, 수채화, 도예, 유리공예 등 문화예술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전시장·복합체험공간인 '민화당 갤러리'가 들어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 등 지자체도 힘을 보탰다.

청주시는 수암골 벽화 관리 보수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고 관광안내소를 운영하고 공용화장실과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도시관광 활성화 공모'에 선정돼 국비 1억 5천600만원을 확보했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골목투어 리플렛, 관광안내소 설치, 거리아트마켓 부스 설치 등 기존 시설이나 환경 개선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인 등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한 '한류 명품 드라마 거리'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도와 시는 국비와 도비, 시비 등 총 96억원을 들여 옛 연초제조창~수암골~옛 청주시장 관사(1.2㎞)를 이어 향후 한류관광의 진원지를 조성하기 위해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수암골 인근에 있는 옛 시장 관사를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의 이름을 딴 가칭 '김수현 드라마 아트홀'로 활용할 예정이다.

수암골이 지역의 명소로 변신하고 수암골을 중심으로 드라마 거리 등 새로운 관광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는 반면 수암골이 간직한 매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사생활 보장, 일자리 창출 등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마을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마을 입구에 마실에서 판매된 수암골 밥상은 인근에 식당이 들어서면서 판매에 고전을 겪다 지난달 판매가 중단됐다.

이광진 수암골 생활마을공동체 마실 사무국장은 "수암골이 현재의 모습을 지켜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매나 매매로 주인이 바뀐 집은 주변 가옥들과 어우러지지 못한 채 신축되면 수암골 이미지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암골을 찾는 관광객들로 인해 사생활 침해, 쓰레기 투기, 주차난 등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자체가 수암골 일대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암골에 있는 영화캐릭터 공원

ⓒ 기획취재팀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위해 수 억원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청주시에 따르면 도와 시가 드라마 제작에 지원한 예산은 '카인과 아벨' 5억원(도비·시비 각 2억5천만원), '제빵왕 김탁구' 1억5천만원(도비 1억2천만원, 시비 3천만원), '영광의 재인' 3억원 (도비 1억원, 시비 2억원) 등이다.

김경식 청주대 영화학과 교수는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드라마 유치에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며 "수암골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를 개발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촬영지를 홍보한다면 수억 원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수암골과 청주를 명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나 영화의 작품성과 청주 등 지역 홍보 효과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노후된 지붕이나 담장, 골목길을 보수하는 등 주민의 삶의 가꾸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벽화마을로 이름을 알린 만큼 수준 높은 작품의 꾸준히 선보이고 보수하는 지속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안순자 팀장, 김수미, 박태성, 최범규, 조혜진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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