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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이야기 - 시민 안전 위협하는 도심 속 공·폐가

범죄 장소·범죄자 은신처로 악용
연이은 화재에 주민들 불안 심각

  • 웹출고시간2015.06.02 18:02:20
  • 최종수정2015.06.23 17:51:22

재개발 구역인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 주인없는 공폐가가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 박태성기자
[충북일보] "교복입은 애들부터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해요. 낮에도 불안한데 밤에는 오죽하겠습니까."

지난달 31일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한 주택가 곳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공·폐가'가 위치해 있었다.

사는 이 없이 방치된 주택 마당에 쓰레기나 건축 폐기물 등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담벼락과 유리창 등이 파손돼 집 내부가 훤히 보이는 곳도 있었다.

이런 공·폐가 대부분은 입구 봉쇄 등 별다른 조처가 없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다.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빈집으로 남겨진 원룸 건물 지하 통로에는 각종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

ⓒ 박태성 기자
한 공·폐가로 직접 들어가 보니 방 안에 온갖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가운데 술병과 담배꽁초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어 최근까지 누군가 생활해 왔음을 짐작케 했다.

이처럼 공·폐가는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청소년 등의 범죄 장소로 악용되는 것은 물론 노숙인과 범죄 수배자 등의 은신처가 되고 있다.

재개발 구역인 청주시 서원구 사직1동에 주인없는 공폐가가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 박태성 기자
지난해 11월께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한 폐가에서 목을 매 숨진 50대 남성이 10일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공·폐가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화재는 주변 주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8일 오후 2시30분께 청주시 청원구 수동의 한 폐가에서 쓰레기 소각으로 추정 되는 불이 나 40여 분 만에 진화됐다. 불은 폐가 일부와 인근 주택을 태운 뒤 야산으로 연소 확대됐다.

같은 달 4일 오후 4시께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의 한 폐가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이러한 모습에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청원구에 사는 이모(여·56)씨는 "시도 때도 없이 낯선 사람들이 오가는 등 어두운 밤이면 주변을 지나는 게 무섭다"며 "마을 분위기나 안전을 위해서라도 철거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몇 년째 방치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시에 따르면 올해 조사된 공·폐가는 모두 600곳이다.

공·폐가를 구(區)별로 보면 △서원구 221곳 △상당구 176곳 △청원구 154곳 △흥덕구 49곳이며 동 단위로는 사직동이 170곳으로 가장 많았다.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의 빈집으로 남겨진 원룸 건물에 경찰서에서 배포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박태성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은 순찰·예방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공·폐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이다.

결국 환경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범죄 등의 위험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청주시는 방치된 공·폐가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물리적 조처 등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출입제한 조치나 철거 등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인 재산이기 때문에 임의로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 한 가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라 불리는 범죄예방환경설계다.

쉽게 말해 옛 도심을 중심으로 방치된 공·폐가나 골목길, 주택가, 공원 등의 주변 환경을 변화시켜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먼저 시작된 셉테드는 국내에서도 다방면으로 적용돼 범죄 예방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셉테드는 5가지 실천전략으로 구성된다.

주변을 잘 볼 수 있고 은폐장소를 최소화 시키는 '자연감시'와 외부인과 부적절한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는 '접근통제', 공간의 책임의식과 준법의식을 강화시키는 '영역성 강화', 자연감시와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는 '활동의 활성화', 지속적으로 안전한 환경 유지를 위한 '유지관리' 등이다.

국내에서는 부산광역시가 셉테드 선진도시로 꼽힌다.

부산시는 지난 2013년 10월께 범죄예방 도시디자인과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2013~2014년 모두 8억2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시범지역 7곳에 셉테드를 적용했다.

여기에 셉테드 관련 포럼과 워크숍 등을 개최해 사업 추진을 위한 지역사회 분위기와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산지방경찰청·부산지방검찰청·부산지방교육청 등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청주시도 지난해 9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증가하는 각종 강력범죄를 도시환경 측면에서 예방하기 위해범죄예방환경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경찰에서도 관련 내용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 적용 등은 미비한 상태다.

한 셉테드 전문가는 "셉테드는 범죄에 취약한 도시환경에 감시·접근통제 기능을 접목해 범죄발생의 기회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환경설계 디자인"이라며 "안전 환경 조성은 경찰이나 지자체뿐만 아니라 주민과 함께 하는 공동의 노력이 이루어질 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기획취재팀= 안순자 팀장·김수미·박태성·최범규·조혜진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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