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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22 14:44:26
  • 최종수정2023.10.22 14:44:25

임경자

수필가

가을이 깊어가니 날씨가 추워졌다. 따스한 온돌방에서 편한 자세로 뒹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온돌방은 먼 옛날의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되었다. 침대 위보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자고 나면 몸의 피로가 싹 풀리고 몸이 개운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요즈음 단독 주택을 지을 때 황토방을 만들어 놓는 것을 보면 대부분 우리 생활에 가장 좋은 안식처인 모양이다.

얼마 전 안동의 하회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북촌댁을 방문한 일이 있다. 역사의 숨결이 스민 안동의 하회마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역사 마을로 풍산류씨의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된 곳이다. 선대로부터 지금까지 210여 년 동안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베풂과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살아왔다고 한다.

북촌댁에 들어서자 집안에서 풍기는 선비의 기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분위에 그저 입이 떡 벌어졌다.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마다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볼거리가 흥미로웠다.

한옥의 가장 특징적인 것이라면 우리나라만이 지닌 온돌문화라 할 수 있다. 부엌으로 들어서니 가마솥이 걸려 있고 나뭇간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장작더미를 보니 왠지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따뜻한 기운이 도는 부엌에 서니 고향 집이 생각났다. 아궁이에 불을 때 가며 익혀야만 하는 것은 모두 솥에 넣고 음식을 만들어냈다. 그때는 그랬다. 장작보다는 주로 나뭇가지나 농산물에서 나온 부산물을 땔감으로 많이 사용했다.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 부지깽이로 아궁이 불을 걷어 넣어야만 했다. 잘못하면 불이 날까 걱정되어 아궁이 앞을 떠나지 못했던 일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오늘날에는 스위치만 누르면 요리를 하고 난방이 되지만 한옥에서는 꼭 불을 때야 요리를 하고 난방이 되었다.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 싶다.

아침에 군불을 땠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부뚜막에 손을 대보니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에 닿았다. 그 순간 온돌방의 따끈따끈한 아랫목의 아름다웠던 정서가 그리워지면서 내 몸을 덥혀 주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방을 데우는 것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한옥의 구조상 아궁이에 군불을 때서 온돌방을 따뜻하게 데웠다. 하루 세끼 요리할 때의 화력으로는 방바닥의 온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그래서 긴 겨울밤을 지내려면 방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야만 했다.

군불을 때서 따뜻해진 아랫목에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아 군것질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따스하고 정이 넘쳐나던 방, 그렇게 따뜻한 정이 피어나는 사랑의 방이었다. 방이 데워지면 따뜻한 온기가 식을까 봐 아랫목 이불을 깔아놓아 온기를 보존했다. 추운 겨울날 십 여리나 되는 학교에서 집으로 오느라 꽁꽁 언 몸을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밀어 넣으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노곤해서 사르르 잠이 들었던 추억의 아랫목이다. 그 시린 몸을 감싸주던 아랫목 이불은 어머니 사랑이었다. 이제는 군불 때던 온돌방의 아랫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회마을을 몇 번 와 보았으나 수박 겉핥기로 골목길로만 다니며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고택에 담긴 사연까지 설명하는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에 참 고마움을 느꼈다. 귀중한 살림살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외국인이 와서 고풍스러운 북촌댁에서 현재 고택체험 중이라 한다. 침대 생활을 하는 그들이 낯선 온돌문화를 알고자 하는 정신이 매우 가상하고 고마웠다. 그것이 바로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려는 연결고리가 되는 인간미를 따뜻하게 데우는 군불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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