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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들국화의 계절 가을이 한창 익어가고 있다. 산기슭이나 들에 지천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인 들국화는 9월부터 11월까지 꽃이 핀다. 그 종류로는 산국 · 감국 · 뇌향국 · 구절초 · 갯국화 · 개미취 · 쑥부쟁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몸에 유익한 식물로 알려진 구절초가 생각났다. '저 가을 햇볕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온 몸에 담아 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구철초꽃 축제로 잘 알려진 세종시에 있는 영평사를 찾아갔다.

일주문이 보이는 곳부터 도로변에 구절초 꽃이 환하게 피었다. 정문으로 가다보니 '긴 장마로 구절초가 많이 죽어서 꽃이 전년도와 같지 않다'는 플레카드가 보인다. '그렇지, 긴 장마로 온갖 것들이 피해가 심했는데 구절초라고 별 수 있으랴' 싶었다. 비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병들어 삭았거나 죽었는데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록달록한 등을 둥근 모양으로 달아 놓은 터널로 들어섰다. 마치 이상세계로 들어서는 듯 계단을 밟고 올라가니 사찰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경내의 요사채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서있어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 보았다. 그곳에는 커다란 보온 통에 '차를 마시라'는 쪽지가 붙어 있다. 마침 물이 먹고 싶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차를 받아 마셨다. 구절초의 쌉싸름한 맛과 진한 향이 입 안 가득 고인다. 그 옆으로는 구절초를 넣어 만들었다는 떡을 보살님이 팔고 있었다. 금방 찐 듯한 따끈따끈한 떡을 한 덩어리 샀다.

경내에 있는 소나무 그늘로 가보니 들마루가 있는 쉼터다. 그곳에 앉아 차와 함께 먹으니 구절초 향이 물씬 날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일품이다. 그야말로 꿀맛이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구절초는 간장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하여 머리를 가뿐하게 하고 혈액순환에도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또 민간요법에 의하면 부인병에 좋다고 하는 약초다. 늘 수족이 냉하여 걱정을 한 나는 앞으로 구절초가 들어있는 식품을 즐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내의 넓은 잔디밭은 풀 한포기 없이 순전히 잔디라서 마치 융단을 펼쳐놓은 듯하여 너무 좋아 보였다. 이렇게 정갈하고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잔디밭 폭신폭신한 촉감이 너무 좋다며 마치 개구쟁이처럼 걸었다. 그 모습을 본 나도 덩달아 걷고 싶었다. 날씨도 좋고 거리두기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적당한 인원이라서 구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삼성각이 있는 곳까지 올라가 살펴보니 사방천지가 하얗게 핀 구절초 꽃이 피어 사찰을 감싸는 듯 환상적인 환경이다. 하얗게 핀 구절초 꽃 사이로 드문드문 핀 연보라 빛 구절초 꽃이 이색적이라 더욱 화려해 보였다. 야트막한 산길에 하얗게 핀 꽃길을 걸으며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이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이 가는데 … ' 라는 김용택 시인이 쓴 시를 읊으며 꽃 향에 젖어들었다.

드문드문 피어있는 꽃보다 무리지어 핀 꽃 속에 들어서니 온 몸속으로 스며드는 은은한 향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멈추게 했다. 눈부시게 파란 하늘 아래 수려하게 피어있는 청순하게 핀 꽃을 감상하노라니 마음까지 설렜다.

사찰주변의 산기슭에 꽃을 심어 가꾼 면적이 총 3만평이나 된다니 놀랄 만하다. 햇살이 잘 비치고 물이 잘 빠지는 산기슭을 이용하여 정성껏 키워낸 스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꽃동산을 돌아 다녔다.

우리 몸에 좋은 구절초 꽃을 사찰 주변에 심어놓아 자비를 베푸는 스님은 선견지명이 있는 분이 아닌가 한다. 중생들이 모여들어 꽃길을 걷기도 하고 꽃 속에 묻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곳이 바로 극락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것은 곧 부처님의 마음이지 싶다.

꽃말은 순수, 어머니의 사랑처럼 꽃의 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순결한 어머니 사랑인양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구월 초하루 날 순백의 꽃대궐에서 은은한 향을 품은 맛과 향을 마음껏 흠뻑 취해보았다. 싸한 구절초의 진한 맛을 오래도록 그리움으로 기억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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