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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9.18 15:27:22
  • 최종수정2022.09.18 15:27:22

임경자

수필가

아침기온이 상쾌하다. 24절기의 하나인 처서가 지나서인지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공기가 상쾌하다. 하루 사이에 가을이 성큼 다가와 계절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아침이다. 아파트 근처 사직동산 둘레 길로 접어 드니 귀뚜라미 소리가 청량하다. 그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에서는 여름을 대표하는 매미 소리가 맴 맴 맴 끝일 줄 모른다. 마치 늦잠꾸러기를 깨우는 모닝콜 소리 같이 힘차게 연속으로 울어댄다. 매미가 우는 것은 짝을 찾으려고 부르는 수컷의 신호란다. 대체로 서양 사람들은 곤충소리를 노래한다고 표현하고 동양 사람들은 운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운다고 표현하면 왠지 쓸쓸하고 울적해지니 짝을 찾기 위해 부르는 달콤한 사랑의 노래라 한다면 듣기가 더 좋겠다. 어쨌든 그 지역 나름대로의 문화이니 노래로 표현하거나 운다고 표현한다 해도 상관없다. 온 천지를 향해 거리낌 없이 우렁차게 부르는 수컷의 구애작전은 처서가 지났음에도 여전하다. 가을의 문턱까지 와서 온 힘을 다해 지칠 줄 모르고 절규하듯이 토해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그 소리가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는 것 같아 왠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든다.

오랜 세월을 땅 속에서 7년 정도 나무수액만 먹고 살다 나온 매미가 아닌가. 그렇게 긴 침묵과 어둠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혹독한 시련을 겪은 후 광명의 세상으로 나와 약 1개월 남짓 사는 삶이다. 짧은 생이지만 종족보존을 위해 나뭇가지에 앉아 사방천지를 향해 짝을 찾으려고 사랑의 노래를 거침없이 부른다. 마침 짝을 만나 인연을 맺으면 더 이상 바랄 것 없다는 듯 빈 껍질만 남기고 홀연히 떠난다. 그런 매미의 모습을 보면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조선왕조 때 매미는 학식(文), 염치(廉), 검소(儉), 신의(信), 청렴(淸)의 다섯 가지 덕(德)을 갖추었다고 믿었다. 그 오덕은 첫째 머리에 관대(冠帶)가 있으니 문인(文人)의 기상(氣像)을 갖춘 것이요. 둘째 사람이 힘들게 지은 곡식을 해치지 않으니 염치가 있으며, 셋째 집을 짓지 않으니 욕심 없이 검소하고, 넷째 죽을 때를 스스로 알고 지키니 신의가 있고, 다섯째 깨끗한 이슬과 수액만 먹고 사니 청렴하다는 뜻이 담긴 다섯 가지 덕(五德)을 겸비했다고 여겼다. 이렇게 오덕의 깊은 뜻을 품고 있으니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매미다. 여름 한 철을 잠깐 동안 살면서도 오덕(五德)을 갖추어 살다 간다 하여 군자(君子)는 매미를 충절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옛날에 임금님이나 세자는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정복인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관을 썼다. 이 관을 한자로 풀이하면 날개 익(翼), 매미 선(蟬), 모자 관(冠)으로 익선관(翼蟬冠)이라 칭했다. 익선관의 높이 솟은 뿔과 선비들이 쓰는 오사모의 양쪽 뿔도 매미의 날개를 본 따 만든 것이라 한다. 왕이 쓰는 익선관(翼蟬冠)은 매미 날개를 접은 모습이고 선비의 익선관은 매미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임금은 늘 매미의 오덕을 염두에 두고 백성을 위하여 이롭게 선정 하라는 뜻으로 익선관을 썼고, 선비들은 매미의 오덕을 좌우명처럼 여기고 목민관의 귀감으로 삼으며 오사모를 썼다고 한다. 오사모는 오늘날 전통 혼례식에서 신랑이 쓰는 사모로 사용되었다. 아주 작은 미물이지만 짧고 굵게 사는 매미가 지닌 오덕을 실천하라는 뜻으로 새 신랑에게 관을 씌웠던 모양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 사는 매미의 삶은 땅속에서의 세월에 비하면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덕을 몸소 실천하다가 허물만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는 매미의 아름다운 뒷모습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걸핏하면 거짓말을 하는 불신의 사회에 사는 오늘날이다. 체면도 부끄러움도 모르는 파렴치한 이들이 활개 치는 사회, 선량한 사람을 속이고 과한 욕심으로 가득 찬 꼴 사나운 이들이 흙탕 칠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다. 이 시대에 모든 이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정직한 사회를 위한 의식 개선이 필요할 때다. 매미 보다 정작 긴 삶을 사는 동안 매미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오덕의 정신을 거울삼아 마음을 정화시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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