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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급변하는 사회에 빠르게만 강요당하는 것 같은 현실이다. 이런 복잡하기만 한 시기에 삶의 여유를 갖고 싶은 마음 간절할 때다. 어느 시인은 '기다리는 이 없어도 떠나 보고 싶어 나는 늘 이런 마음이 되어 문득 길 따라 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찌는 듯 한 무더위에 길 따라 시원한 폭포여행을 떠났다. 홀가분하게 설레는 마음만 안고 차에 올랐다. 고속도로를 달려 서너 시간 만에 포항 내연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내연산으로 가다보니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솔향으로 향긋하게 여행객을 반겨주는 듯 했다. 수백 년 된 아름다운 소나무 향을 마음껏 마시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보경사 경내로 들어섰다. 넓은 도량을 쓴 비질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정갈한 스님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숙연 해졌다. 도량을 말끔히 청소하는 것도 수행중의 하나로 여기는 스님들이다. 법당으로 들어가 내연산 12폭포를 무사히 다녀오리라고 부처님께 삼배를 올려본다.

내연산 3경중의 하나인 12폭포가 있다는 숲길로 들어섰다. 사찰을 벗어나자 산위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길옆으로 난 좁은 수로를 따라 맑게 흐르고 있다. 그 물은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청량감이 들어 손으로 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게 흐르는 물은 마음속에 쌓인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것만 같아 두 팔을 청정수에 푹 담가 보았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시원함이 전신에 퍼진다. 계곡 옆으로 난 오솔길은 험하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은 길이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길 맞은편 산은 기암괴석과 짙푸른 적송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처럼 보여 좋은 경치를 감상하면서 걷는 발걸음도 가볍고 기분도 좋았다.

제1폭포부터 제5폭포까지도 좋았지만 특히 제6폭포인 관음폭포는 깎아지른 절벽에 부딪히는 폭포소리만 들어도 시원했다. 폭포는 72m의 높이로 내연산 폭포 중에서 제일 높아보였다. 폭포 가까이 다가가서 물안개처럼 작은 알갱이의 폭포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어 고마웠다. 폭포수 아래에서 폼을 잡고 기념촬영을 할 때다. 수녀님들 몇 분이 환한 미소를 띠고 가까이 와서 폰을 내밀며 도움을 청해 촬영을 해 주었다. 비경 앞에 서면 누구나 인간 본연의 모습이 나타나는 모양이다. 가파른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흔들다리를 걸을 때는 몸이 후들후들 떨리고 겁이 나서 조심조심 걸어갔다. 웅장한 소리가 진동하는 폭포가 보인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좁은 길로 올라가 사람들 틈으로 다가섰다. 깎아지른 절벽사이로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폭포수가 거침없이 떨어져 내린다. 세찬 폭포수가 눈앞에 펼쳐지니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제7폭포인 연산폭포는 바위와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힘찬 폭포소리와 함께 폭포수의 물방울이 사정없이 얼굴에 닿는 느낌이 너무 시원해서 좋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까지 씻어주어 눈을 살며시 감고 얼굴을 들어 올려본다. 우렁찬 폭포소리에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대부분의 계곡은 위로 올라갈수록 계곡물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곳은 계곡이 깊어질수록 또 높이 올라갈수록 계곡물의 수량이 많고, 물의 낙차도 커서 더 시원한 기분이 든다. 그야말로 숲 기운, 물 기운, 바람기운이 담긴 정겹고 아기자기한 산세로 보고 듣고 느끼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곳 내연산 계곡은 자연을 품은 산으로 아름다운 숲길과 계곡, 폭포가 어우러져 있어 우리나라에서 걷는 길로 손꼽힌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약보다 식보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가 낫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걷기가 가장 좋은 보약이라니 걷고 싶을 때 걷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것이 건강을 위해 할 일이라 여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걷기여행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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