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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하늘빛 곱고 청명한 날 문인들과 월류봉을 찾아갔다. 차에서 내리니 신선한 공기가 너무도 싱그럽고 향기로운 느낌에 연신 심호흡을 해댔다. 광장 한쪽에 「달이 머물다 간다는 월류봉」이라는 표지석이 뽐내는 듯 서 있다. 냇물 건너편에 우뚝 솟아 있는 월류봉은 5개의 산봉우리로 그 높낮이가 각각 다른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벌거벗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시원한 풍광과 간혹 푸르른 솔빛이 더욱 돋보였다. 산을 둘러싸고 흐르는 냇물과 어우러져 한층 운치 있고 아름답게 보인다. 월류봉은 달밤에 보아야 멋지겠지만 늦가을의 대낮에 보아도 아름다운 오봉산이다. 그 봉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멋진 풍경을 뽐낼 기세다. 혹자는 달이 산봉우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월류봉 위에 뜬 보름달이 냇물에 비춰줄 때 그 아름다움이 가장 빼어나다고 한다. 그 장관을 보려면 보름밤에 와야 될까 보다.

둘레길을 걷다보니 우암 송시열이 학문을 닦고 후학을 길렀다는 한천정사 앞에 이르렀다. 조선시대에 지어졌다는 한천정사는 우암 송시열의 정신과 기상을 엿볼 수 있는 자그마하고 단아한 건물이다. 대문 안으로 들어가 건물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대문이 마치 그림액자가 된 것처럼 월류정의 단아하고 수려한 그림 한 폭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우연하게도 대문 사이로 보이는 최상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보는 듯 했다.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풍류를 즐겼을 옛 선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 한 편의 시가 써지는가하면 시조가 흐르고 그림이 탄생될 것 같은 장소다. 경치 좋고 물 좋은 월류정에 앉아 여유를 즐기며 한 세월 보냈을 그들만이 누렸을 낭만이 아니었나 싶다.

멀리서만 보는 월류정에 오르고 싶은 마음에 툭툭 털고 일어섰다. 튼실하게 정비가 잘 된 축대를 밟고 초강 천으로 내려갔다. 징검다리를 디디고 건너 가보니 수 없이 많은 돌탑들이 하천변에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자갈밭이다. 몇 해 전 설악산 백담사 앞 냇가에서 본 수 많은 돌탑이 이곳에도 있어 놀랐다. 쌓아놓은 탑들은 작은 돌멩이 하나하나에 온갖 정성을 담아 저마다의 소망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그 앞에 앉아 정성을 담아 돌탑 위에 내 마음도 얹어 놓았다. 사람들은 길을 가다 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탑을 쌓는다. 그것을 보면 우리민족의 얼속에 신앙처럼 여기던 마음의 표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어릴 때는 냇가에 가면 흔했던 자갈이 지금은 오염이 되어 여간해서 볼 수 없다.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에서 마음껏 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래서 냇가에 즐비한 동글납작한 돌을 주워 물위로 던져 물수제비 따먹기를 해 봤다. 예전 같지 않았지만 동심을 향한 마음은 변치 않고 꿈틀거렸다.

월류정을 향해 비탈진 산길로 조심조심 올라가서 표지판 앞에 섰다. 안내문에는 '오래되어 삭고 낡아 위험하여 금지되었다'는 출입금지문이 가로막아 뒤돌아서야만 했다. 월류정을 가까이서 바라만보고 돌아서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세월의 흔적이니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할 수밖에 없다.

오후 늦게 반야사의 문수 전을 참배하고 나오는 길에 차를 세워놓고 둘레길로 향했다. 이 둘레길은 월류봉 광장에서부터 반야사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저녁 노을빛도 서서히 잠들어가고 어슴푸레한 밤하늘에 별빛이 하나 둘씩 반짝였다. 둘레길로 들어서는 순간 길 주변에 세워진 전신주에 전깃불이 환하게 켜져 이구동성으로 와! 소리가 터졌다. 산과 냇가를 이어가며 높다랗게 세워놓은 다리위로 걷는 길은 조명발을 받아 그야말로 황홀하기 그지없다. 밤하늘의 별빛과 인위적인 조명에 월류봉의 그림자가 냇물에 어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야경으로 보는 아름다운 풍광과 은은하게 들리는 물소리와 음악소리가 어우러져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이곳이야말로 별밤에 느껴보는 낭만 가득한 산책길이다. 그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별빛을 벗 삼아 걷는 자연 속에 펼쳐지는 아름다움 그 자체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더욱 분위기가 있을 것 같은 매력 있는 둘레길이다. 이 아름답고 매력적인 둘레길을 걷기위해 꽃피는 봄에 다시 오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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