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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대한 칠 년 비 바라 듯'이란 속담이 생각난다. 연일 비 소식은 감감무소식이고 비가 언제 내렸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요즈음 쾌청한 날씨에 시시때때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마저 비를 쫓아내는 것 같아 야속하기만 하다. 이제는 '비가 온다'는 단어조차 멀어진 듯하여 마음마저 삭막해지는 기분이다. 목이 말라 물 한 컵을 쭉 마셔 보아도 신통치 않고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시골집 텃밭에 심어놓은 고추, 가지, 토마토, 오이, 호박 모종 등이 심기전보다 더 작아지더니 드디어 강한 햇볕에 견뎌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물을 매일 뿌려 주지만 절반이상은 바싹 말라서 결실 보기를 포기해야만 할 것 같다. 비참할 정도로 지독한 가뭄이다. 아파트 화단의 꽃도 시들시들하고, 잔디도 메마르고, 생명력 강한 잡초마저 다 타들어가고 있다. 경비원들이 수시로 물을 주고 있지만 이 가뭄을 당해낼 수가 없다. 농민들은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날씨에 농작물이 제대로 성장을 못하고 있어 걱정이 크다. 바싹 말라가는 농작물을 보는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만간다. 애태우는 그들을 생각하면 안쓰러운 생각에 하늘이 무심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자연재해를 막을 방도가 없는 모양이다.

며칠 전에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내려 어찌나 반가운지 하루 종일 마음이 들떠 있었다. 온 천지의 생명체들이 다 기다리던 단비가 아닌가 한다. 빗줄기가 약하게 내려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풍족하게 내린 비는 아니지만 약간의 해갈은 되지 않았을까 하여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요즘 같아서는 긴 장마에 몇 날을 두고 빨래도 못 말려서 애태우던 때가 그립기만 하다. 이젠 장마철이라는 단어조차 사라진 것 같다. 이 가뭄이 언제쯤 해갈될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흉년이 들면 임금님은 내 탓이라 여겨 수라상을 간소화 시키고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고 한다. 또 자신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하늘의 벌을 받아 이런 재앙이 왔다고 스스로 몸을 낮추고 근신했으며 백성들에게 금주령을 내리고 감옥에 있는 죄수들을 풀어주는 선정까지 베풀었다. 그리고는 몸을 정결히 하고 나라의 가장 큰 행사로 여기며 하늘에 제사 지냈다. 그렇게 해서라도 농민들의 타들어가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내 어린 시절 가뭄이 극심할 때 온 동네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냈던 일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음식을 장만하여 남자들은 산 정상에 있는 물봉으로 기우제를 지내러 올라가고 여자들은 키를 들고 앞 냇가로 나갔다. 물가에 일렬로 서서 비 좀 오게 해 달라며 키에 물을 떠 담아 키질을 해댔다. 그때 내 또래들은 손바닥으로 물을 떠 위로 뿌리며 뜻도 모르고 어른들의 행동을 흉내 냈다. 극심한 가뭄에 기우제라도 지내면 비가 오겠지 하는 간절한 믿음을 갖고 행한 일이 아닐까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모양이다. 그 시대는 농사가 잘되고 못되는 것을 하늘에 내맡겼던 시대다. 그러니 가뭄이 지속되면 농작물이 말라죽게 되고 결국 우리가 먹어야 할 농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들게 된다.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계절에 따라 태풍, 가뭄, 홍수, 폭설 등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입고 있으며 그 피해가 갈수록 심각하다. 문명의 발달로 편리하다고 사용한 비닐과 폐플라스틱 등의 화학제품이 환경 파괴범이 될 줄은 미처 몰랐던 일이다. 그동안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환경오염을 시켰는지 반성해 봐야만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심한 자연재해를 겪게 되는 것은 인간들이 자연을 함부로 파괴시켜 놓은 결과다. 그것이 자연재해가 되어 우리를 고통의 늪에서 허덕이게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호가 '예제로 크레이터'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알루미늄 포일 조각이 떨어졌다고 한다. 즉 인간이 만든 쓰레기를 지구가 아닌 행성에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보도에 경각심을 안겨 준다. 파괴는 일순간이지만 복구는 오랜 시간과 투자와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 두 발 벗고 나서서 친환경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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