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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낮 시간이 점점 길어져 가는 봄이다. 이럴 때 야속하게도 독한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 만나기가 무서워 꾹꾹 참고 인내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두문불출로 지내다보니 그 누구와도 대화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소통의 부재로 우울함과 외로움에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일상생활까지 완전히 바꿔 놓았다.

하루에 한 시간씩 사직동산 둘레길을 걷는 것 빼고는 집콕한지가 벌써 80여일이 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 시간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슬픈 노릇이다.

친구를 만나 밥을 같이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 떠는 시간들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즐겁고 풍요롭게 했는지 알게 하는 요즈음이다. 우리가 살면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일들이 너무 소중했다는 것을 순간마다 절실히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사람 사는 맛이었지 싶다.

전국 각 지자체마다 벚꽃이 피기 이전부터 벚꽃축제를 취소는 물론 나들이객들의 출입을 전면 통제한다는 홍보가 나돈다. 그러니 봄이라 해도 꽃놀이 같은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매일 내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갑갑한 감옥살이를 하니 보고 싶고 그립고 아쉬운 것들이 그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마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는 방송보도에 용기를 내 봤다. 선배 언니 두 분께 전화로 드라이브를 하며 꽃구경을 가자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쾌히 응해 주었다. 숨 막힐 것만 같은 환경을 벗어나 얼마 만에 가는 나들이인지 모른다.

무심천 도로변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대궐을 이뤘다. 한창 만개되어 3월 끝자락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풍성한 꽃거리다. 아름다운 벚꽃을 보면서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환호성을 올렸다. 푸른 하늘빛과 햇살에 어울리는 꽃빛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해마다 봐 왔던 꽃인데 처음 보는 꽃인 양 그 황홀함에 취해 어쩔 줄을 몰랐다. 이럴 때는 해맑은 소녀가 된 듯하다.

부푼 마음을 안고 문의를 지나 구불구불한 대청호변의 옛길로 접어들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기슭에는 붉은 진달래꽃과 노란 개나리꽃 그리고 하얀 조팝꽃이 곱게 피어 눈길을 끌었다. 형형색색으로 핀 그 꽃들이 마치 활짝 웃으며 우리를 반겨주는 것만 같다. 곱게 핀 저 꽃들도 머잖아 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꽃을 보면 더욱 마음이 끌리지 않나 한다.

드디어 현암정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고고한 자태를 지닌 백목련 꽃의 화려한 모습에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거목의 가지마다 고귀하고 순결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탐스럽게 핀 백목련 꽃을 보고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꽃향에 취해 어쩔 줄 몰라 야단법석을 떨며 마냥 즐거워했다. 마치 어린애처럼 수줍은 마음으로 백목련 꽃을 배경으로 멋진 폼을 잡아가며 인증 샷을 했다. 이 순간만은 아무것도 부러울 것 없다.

대청댐을 전망하기 가장 좋은 전망대에 있는 현암정은 1980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대청댐을 건설할 때 함께 세운 콘크리트로 지은 팔각정자다. 전망대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대청호를 내려다보니 물빛은 맑고 푸르며 잔잔한 명경호수다.

"바람결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잘 나왔다."며 이구동성으로 합창을 했다. 이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보며 가슴을 활짝 펴니 쌓여만 가던 외로움과 고독마저도 치유가 된 듯하다. 새장 속에 갇혀있던 새가 너른 창공을 훨훨 날아오르는 자유로움이 바로 이 기분이 아닐까 한다. 철없던 시절의 순수한 감정으로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감에 흠뻑 젖어 들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온갖 봄꽃과 노랑나비의 날갯짓을 보며 즐기는 이 순간 그 어느 것도 부럽지 않다. 이렇게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야 말로 행복이 아닌가 한다.

"행복이란 자신의 몸에 몇 방울 떨어뜨려 주면 다른 사람들이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향수와 같다."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말처럼 그 향수를 선사한 봄꽃 나들이가 아닌가 한다.

때가 되면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처럼 살면서 누군가에게 작은 것 일지라도 기쁨을 주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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