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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0.04 14:43:03
  • 최종수정2020.10.04 14:43:03

임경자

수필가

문학회원들이 1박 2일 안동부근의 문화를 탐방하기위해 떠났다. 소수서원을 돌아보고 안동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문학활동을 하는 세 분의 지인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 해 주었다. 인사를 나눈 다음에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이 별로없는 것으로 보아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함을 실감했다. 안동 고등어에 대한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듣는 중에 음식상이 차려졌다. 금방 구어낸 안동 고등어라서 그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후에 한지생산공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공장 직원이 종이가 되기까지 과정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닥나무껍질을 원료로 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었다. 한지의 특징은 껍질을 잿물에 삶으면 빨아서 다시 쓸 수 있을 정도로 질기다는 말을 했다. 그 재질이 질길뿐만 아니라 보온성이 뛰어나서 바람과 추위를 잘 막아 준단다. 전통방법으로 일하는 숙련된 기술자의 장인 솜씨에 놀랐다. 염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일하는 기술자들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전통 방법을 고수하는 것은 공장장님의 굳은 신념이라 한다. 공장장님은 이 제조법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하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한지의 제조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는데 불교와 함께 중국에서 들어 왔다고 한다. 그 제조법을 고구려의 승려 담징(曇徵)이 일본에 전수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스님들에 의해 계승발전되었다고 본다. 이렇게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낸 한지의 우수성을 알고 중국 당나라에서도 조선의 한지를 구입해서 쓰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한다. 그저 조상들의 지혜로움과 뛰어난 솜씨가 자랑스러울 뿐이다.

80년대 초 독일에서 활동하는 닥종이작가 김영희씨는 '닥종이가족'이라는 민속인형을 만들어 유럽 각처에서 전시회를 열어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시회를 여러 차례 하였고 내 책꽂이에도 '닥종이 인형'이라는 책이 자리하고 있다. 그 책은 우리의 일상을 한지로 정겹게 꾸며 놓아 잃어버린 어린날을 회상할 수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 작품을 보면서 한지로 인형을 만든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야말로 세계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지공예전시관에 들어섰다. 이곳에서 보는 작품마다 곱고 아름다운 색채가 뛰어나게 화려하고 황홀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과 재질로 된 한지를 이용하여 만든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색도 다양할뿐만 아니라 재질도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여러 가지 공예품들은 작품성이 뛰어나고 예술적인 가치가 높았다. 한지의 종류도 70여 가지나 된다고 하니 대단한 기술력이다.

각종 공예품 중에서도 화조도를 그려 만든 민화 작품인 책상이 제일 탐났다. 그것을 보면서 사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내가 직접 민화를 그려 책상을 꾸며볼까'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섰다. 일상생활에서 한지는 서예를 쓴다든가 그림을 그리거나 창문을 바르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 쓰임이 더욱 다양해졌음을 전시품을 보면서 느꼈다. 한지를 이용하여 만든 여러 가지 공예품을 돌아보며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한지공예전시관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공장장님께서 귀한 선물을 주셨다. 한지에 쓴 천자문과 무덤속에서 나온 원이 어미가 죽은 남편에게 400년전에 쓴 편지글이 담긴 작품이다. 오랜 세월동안 변치않고 무덤속에서도 유지되어 온 것을 볼 때 참으로 놀랍다. 양지의 보존 기간이 200년 정도인데 비해 한지는 천 년 이상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한지에 쓴 글이 오래 보존되었다는 것은 우리 나라 땅에서 자란 닥나무를 원료로 만들어진 종이가 질이 뛰어나게 좋다는 점이다. 뜻 깊은 귀한 작품을 받아 너무 좋았다.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무구 정광 대다라니경도 두루마리 한지에 찍어 낸 목판 인쇄물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지심체요절은 우리 고장에서 탄생된 고려시대의 금속활자본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한지책이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직지가 오래도록 보존되어 온 것은 순전히 한지를 사용했기 때문인가 한다.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14건의 기록문화가 한지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한지에 적힌 세계기록문화유산이 우리 한국의 역사를 유구히 빛나게 하고 있는 보물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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