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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새움이 움트는 봄이 되니 마음도 들뜨게 된다. 지인에게 바람이라도 œx겸 진천을 가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둘이서 따사로운 햇살 속에 싱그러운 바람을 날리며 신바람 나게 농다리로 향했다.

농다리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에 있다. 천년 세월을 끄떡없이 묵묵히 버텨온 농다리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다리가 마치 지네모양처럼 보인다.

농다리 주차장에 도착하고 보니 새 단장이 되어 있었다. 하천변은 잔디밭으로 조성해 놓았고 주차장도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농다리 북쪽으로는 최근에 생긴듯한 징검다리가 농다리를 닮았다. 그 다리를 건너가 인공폭포 쪽으로 난 둘레길을 걸어 쉼터로 올라가 앉았다가 내려서서 신비를 간직한 농다리로 건너왔다. 다리는 소통의 연결고리다.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 주고 있다. 그래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매개체가 되는 끈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친구 집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하니 집에 있으니 들어오란다. 친절한 그의 말에 큰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쉽게 찾아갔다. 집 위치도 괜찮고 산과 들이 적당히 어우러진 곳으로 생활하기 편할 것 같은 전원주택이다.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 흔히 '살아서는 진천에 머물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힌다'고 하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충북 진천이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이야기다. 언제 어느 때라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으로 맞아주는 이곳에 친구는 둥지를 틀었다.

마당에 주차해 놓고 염치불구하고 곧장 텃밭으로 달려갔다. 봄 햇빛을 먹고 파릇파릇 알맞게 자란 냉이가 있어 반가웠다. 친구는 호미와 비닐봉지를 건네주며 연신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다. 밭이랑에 앉아서 봄의 맛을 욕심껏 캤다. 냉이도 적당히 자라 예쁠 뿐만 아니라 비온 후라서 땅도 포실 포실하여 냉이 캐기가 힘들지 않아 좋았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베풀어 주어 너무 고맙다.

근처에 있는 보탑사 구경을 시켜주겠다는 친구의 말에 따라 나섰다. 보탑사로 가는 길이 전에는 울퉁불퉁한 노면이었고 좁았던 길이 확포장 되어 편한 길이 되었다. 김유신장군 탄생지 앞을 지나 연곡 저수지를 돌아 계곡 깊숙이 들어가 보탑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니 길바닥에는 개구리 몇 마리가 나와 마치 우리를 환영 해 주는 듯 엎드려 있다. 연못에서는 개구리들이 개굴개굴 합창 소리가 요란하다. 알을 깨고 나온 지 얼마나 되었기에 그 소리가 한 여름에 듣는 소리처럼 힘차고 우렁차게 들려 생의 환희를 느껴본다. 경칩 날 듣는 그 소리에 미물들도 계절을 잊지 않고 자기 몫을 하나 보다. 긴 잠에서 깬 개구리처럼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도 머지않은 날 당연했던 일상이 우리에게도 찾아오리라 믿는다.

고즈넉하게 우뚝 서 있는 보탑사로 올라섰다. 보탑사의 3층 목탑은 걸어서 내부를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로 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건축물이다. 그리고 못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끼워 맞추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적하고 고요한 사찰은 저녁놀에 문을 닫아걸고 묵언중이다. 부지런한 비구니스님들의 손길로 정원 구석구석까지 잘 정비를 해 놓았다. 스님의 손길로 가꾼 온갖 꽃들이 정원가득 예쁘게 피어 날것을 생각하니 꽃피는 봄에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연곡저수지를 돌아 내려와 맛 집인 풍경소리로 들어갔다. 분위기 있는 실내 장식 속에 빈대떡과 맛깔 나는 수제비국 맛에 반했다. 60여 년 만에 만난 초등친구의 꾸밈없고 편하게 대해주는 배려에 친밀감을 느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훈훈한 인간미와 조근 조근 이야기하는 때 묻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소탈한 대화에 흠뻑 녹아 들다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밖으로 나와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은하수와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도 보였다. 인위적인 빛 때문에 볼 수 없었던 빛나는 별들을 오랜만에 보는 시간이다. 순간 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벌렁 누워 밤하늘에 별을 세던 철없던 시절이 생각났다. 우리 셋이서 순수했던 별나라이야기에 푹 빠져 마음껏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던 별빛 닮은 세월의 추억 한 자락을 흘러가는 은하수에 실려 보내는 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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