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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08 17:01:54
  • 최종수정2018.07.08 17:01:54

임경자

수필가

등 한 부분이 가렵다. 팔을 뒤로 돌려 가려운 곳에 손을 대 보려하지만 닿지 않는다. 몇 번을 이리저리 해봐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 옆에서 따뜻한 손으로 시원하게 긁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하고 중얼거려본다. 언젠가 선물 받은 효자손이 생각났다.

몇 해 전 어버이날 전날 재능기부로 옛 청원군 내에 있는 병설유치원에 가서 동극공연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 유치원생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우리들 앞가슴에 카네이션 꽃을 달아주고 효자손을 선물로 줬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요긴하게 사용하겠다고 받아들고는 쑥스러워 하며 계면쩍게 웃었다. 그 효자손을 찾아들고 가려운 곳에 대고 북북 긁어보았다. 그러나 어디 온기 있는 손가락으로 긁는 것만 같으랴. 그렇지만 효자손으로라도 긁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며 만족할 수밖에 없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과 같이 손이 닿지 않는 등 한가운데를 긁는데 효자손만 한 게 없다. 실제로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노부부로 사는 노인들에게 이런 효자손이 더없이 좋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 일상에서 어느 누구라 할지라도 가려운 부분을 찾아내어 자신이 원하는 곳을 긁어 줄 사람이 없다. 핵가족화 된 요즈음 노인 분들하고 함께 사는 자손들이 아무래도 적어지게 됐다. 또 함께 산다하더라도 각자 할 일이 다르고 바쁘게 살다보면 서로 간에 소홀해지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혼자 긁기 힘든 등을 긁어줄 사람이 없다 보면 그에 합당한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무의 끝을 손가락처럼 구부려 만들어 놓은 효자손이 더없이 고맙다.

세상사에서 '그는 참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는다는 것은 보기 드믄 일이다. 더구나 세상을 뜨고 난 후에는 더더욱 어렵다.

나와 함께 동아리활동을 했던 왕언니라 칭했던 잊지 못할 훌륭한 분이 있다. 그 분은 누구에게나 늘 밝고 조용한 미소로 대해줬고 겸손한 말씨와 차분하고 묵묵히 자기할 일을 충실히 하는 분이다. 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갑자기 타계하셨다. 그분은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

장례를 치루고 난 후 그분의 아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생전에 어머니께서 활동하셨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으면 달라는 부탁의 말씀이었다. 그 말을 듣고 오랫동안 동극을 하며 즐거워했던 모습들의 사진을 USB에 담아 전해줬다. 잠시 보았는데도 그 아드님은 믿음직한 언행으로 보아 매우 예절바르고 점잖아 보였다. 왠지 모르게 호감이 가서 또 만나기를 바란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어느 날 내게 힘든 문제가 생겨 애만 태우며 시간을 보낼 때 불현듯 왕 언니의 아들이 생각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왠지 모르지만 그가 도와 줄 것만 같았다. 깊이 생각한 끝에 전화를 해서 그를 만나 나의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딱한 사정을 듣던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서슴지 않고 열심히 도와주겠다고 적극 나섰다. 그의 진심어린 도움으로 어려웠던 문제가 순조롭게 잘 해결돼 내 마음이 편해졌다. 문제가 생길 적마다 마다하지 않고 먼 곳까지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일처리를 시원스럽게 해준다. 상대에 대한 배려 깊은 행동과 말로 언제나 어려운 일을 원만히 해결해 준 그에게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천사 같은 성품으로 성실하고 믿음직한 인품을 지닌 그는 세월이 흘러도 그 마음 변치 않는 희생정신이 투철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남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귀찮다고 거부하거나 바쁘다고 핑계를 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업무도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남의 일을 잘 처리해 주는 해결사다. 그를 만난 것은 참 좋은 인연이며 큰 행복을 얻었다. 나의 가려운 곳을 시원스럽게 긁어 준 그가 바로 효자손 같은 사람이라 칭하고 싶다. 그를 보며 내 삶도 누군가에게 효자손 같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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