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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실감나는 때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하면서 깨우치기도 하고 때로는 부딪치기도 하고 사랑하며 산다. 그랬던 날들이었는데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병균 때문에 모든 생활의 리듬이 깨져버렸다. 경자 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전염병은 일 년이 넘도록 종식될 기미조차 없다. 수시로 날아드는 안전 문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숫자를 볼 때마다 긴장되고 두려움이 앞선다. 유행가 노랫말처럼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다. 그렇게 소통부재로 생활하다보니 하루하루가 답답할 뿐만 아니라 우울하고 외로울 따름이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하라는 이 현실에서 언제쯤 벗어날지 묘연하기만 하다.

오늘날 전염병이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처럼 옛날에도 역병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오늘날처럼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생물체에 의해 걸리는 것이 아니고, 역귀(疫鬼)에 의해 걸린다고 믿었던 시대였다. 의술도 발달되지 않았을 뿐더러 위생적으로나 전염병에 대한 의식도 낮아 오직 민간요법으로 치료하였다고 한다.

역병이 돌 때 마을 어귀에 금줄을 쳐놓으면 마을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외지에 있는 사람들도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환자가 생기면 대문 앞에 붉은 황토를 펴고 금줄을 쳐 놓았다. 철저하게 외지인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혹시나 부정한 사람이나 잡귀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다.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때라 마을과 마을을 봉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문명이나 과학도 발달되지 않았던 시대에도 자신과 가족을 지키며 슬기롭게 살았던 조상들이다. 금줄은 잡귀를 막아낸다고 믿는 무속적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 또한 생각해 볼 일이다.

내 어릴 때만해도 정월 보름날이 되면 대문 앞에 황토를 펴 놓고 왼새끼를 꼰 새끼줄에 창호지를 길게 잘라 꿰어 달아 대문에 쳐 놓았다. 오른 새끼줄은 일상적인 것, 인간 세상에 속한 것을 의미하고 왼새끼 줄은 우리에게 해를 입히는 많은 사악한 것들을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하얀 백설기 떡시루를 성주단지 앞에 놓고 지성껏 소지를 올리며 가정의 평안을 빌었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또 된장을 새로 담고 나면 맛이 좋고 상하지 않도록 붉은 고추와 불순물 제거로 불에 달군 참숯덩이를 띄웠다. 항아리 둘레에 금줄을 치는 일도 잊지 않고 했다. 이때 백지를 버선모양으로 오려서 새끼줄에 거꾸로 붙여두었다. 이것은 버선코로 벌레가 빠져나가 항아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방법으로 위생적인 면에서 조상들의 지혜로 움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아기가 태어났을 때도 대문 앞에 삼칠일 동안 금줄을 쳐놓는 풍습이 있었다. 아기가 태어났다는 뜻도 있지만 전염병을 앓는 환자나 부정한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경계의 표시였다. 이렇게 왼새끼로 꼰 작은 금줄 하나가 주는 의미는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 매개체가 세균이건 바이러스이건 간에 국민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인 듯싶다. 안전을 챙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본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인해 끊임없이 확산되는 병균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금줄을 쳐야겠다. 예전엔 전염병이 돌면 문밖에 금줄을 쳤으나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금줄로 방역 활동에 앞장설 때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충북도에서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금족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 또한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키고자 정한 금줄이라 생각된다. 알게 모르게 방역 현장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희생정신으로 자신을 불태우는 많은 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많이 불편하고 힘들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나는 나대로 예방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길이다. 그러다보면 마스크를 벗고 그리운 이들과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우게 되지 않을까. 잃어버린 우리의 일상을 머지않은 날 다시 맞이할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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