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임경자

수필가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지도 어언 2년이 가까워 온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모든 외부 활동을 포기한 세월이다. 그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왠지 모를 공허함과 허전한 마음으로 지낸다. 그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은 오직 바보상자에만 의지할 뿐이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다 보니 군것질하는 버릇이 생겼다. 시도 때도 없이 이것저것 먹으니 몸무게만 늘어나는 것 같아 은근히 겁이 날 정도다. 군것질이 나쁜 버릇인줄 알면서도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선 어찌할 도리가 없다.

군것질 중에서도 뻥튀기가 제일 만만해서 늘 곁에 두고 먹는다. 기름에 튀긴 과자보다는 압력으로 튀긴 뻥튀기가 칼로리도 낮아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다. 즐겨 먹던 옥수수 튀밥이 떨어졌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을 찾아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어 마음이 허전해졌다. 마치 주부가 쌀이 떨어지면 안절부절 하며 서성대는 것과 같은 심정이다. 습관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다못해 마트로 달려가 과자코너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옥수수튀밥을 찾아보아도 그 어디에도 없었다. 무엇을 살까 망설이다가 젊은 날 즐겨 먹던 추억이 깃든 새우깡 과자봉지를 집어 들었다. 유효기간을 확인하고는 '부피가 제법 큰 봉지라 양도 많겠지' 하는 생각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마치고 집을 향해 걸었다. 행복이 별건가, 소소한 것에 만족하는 이 순간이 곧 행복임을 왜 몰랐을까. 마치 과자 한 봉지에 대만족하는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 발걸음조차 사뿐사뿐 가벼워졌다. 나를 즐겁게 해 주는 주전부리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과자봉지를 뜯는 순간 아뿔싸, 이럴 수가 빵빵했던 과자봉지는 납작해졌다. 누군가가 과자를 꺼내간 것처럼 봉지의 절반 정도만 들어있어 허탈감마저 들었다. 공기가 다 빠져나간 과자봉지 안을 들여다보며 왠지 속았다는 기분에 냉큼 손이 가지 않았다.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입맛이 씁쓸할 뿐만 아니라 찝찝한 기분은 한참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수소를 첨가한 쇼트닝을 넣어서 그렇단다. 그것은 대두유(콩기름)와 같은 액체 유지에 비해 쉽게 변질되지 않고, 튀김을 바삭바삭하게 해주는 특유의 풍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과자의 품질을 보존하기 위해 과자봉지 속에 수소를 넣어야한다고 한다. 허탈해진 마음이 다소 풀리긴 했으나 속 빈 강정을 먹는 기분이다.

고등학교 졸업 전 담임선생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때 졸업을 앞 둔 우리에게 자기 분수를 알고 실속 있게 살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한다.

모파상의 단편 소설 '진주 목걸이'의 여 주인공 마틸드는 문교부의 고위관직들의 파티에 초청을 받게 된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그는 가난한 모습을 감추려고 친구에게 진주 목걸이를 빌려 목에 치장을 하고 파티에 갔다. 파티가 끝난 후 목걸이가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민 끝에 친구에게 빌린 것과 비슷한 목걸이를 비싼 값을 주고 사서 돌려주었다. 그녀는 목걸이 값을 갚기 위해 1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온갖 고생을 다하며 고달프게 살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어느 날 그 옛 친구를 우연히 만나 진주 목걸이 사건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빌려준 목걸이는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비밀은 존재하지 않고 탄로가 난다는 말이 있나보다. 이처럼 허영심으로 속은 텅 비었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의식하며 꾸미고 사치하면 크게 후회하는 날이 온다는 사실이다. 그는 속 빈 강정처럼 행동했던 일로 해서 얼마나 많은 후회를 했을까 짐작이 간다.

몇 십 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집안에서 살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결혼한 후에 검정고시로 중등, 고등, 대학까지 나와서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을 하며 알토란같은 삶을 살아온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토란이 되는 것은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태양, 비, 눈, 바람, 구름, 태풍을 몸소 겪으며 견뎌내야만 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노력과 주변의 도움으로 품격과 인격이 형성된다고 본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속 빈 강정 같은 사람이 아닌 속이 꽉 찬 사람이 탄생된다고 본다. 겸손하고 속이 꽉 찬 사람을 만나 편하게 대하고 싶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