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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시장바구니를 들고 집을 나섰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육거리 종합시장을 가기 위해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 종합시장은 오일장이 섰지만 지금은 상설시장이 되었다. 그곳에는 시골에서 생산된 싱싱한 농산물이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장터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필품을 싸게 살 수 있어서 먼 곳에 사는 사람들도 즐겨 찾아든다. 그곳은 늘 시끌벅적하고 진한 먹거리 냄새와 땀 냄새로 사람 사는 모습이 어우러져 있다. 시장통로를 오가며 서로 부딪히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도 어설프지 않아 좋다.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사람과 덜 주겠다는 사람이 서로 밀고 당기며 떠들썩하게 흥정하는 모습을 보면 활력이 넘친다. 이런 시장판 모습을 보면 사람 사이에 정겨운 인간미가 있고 덤으로 얹어주는 인정이 있어서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연유로 나 또한 전통시장에 매력을 느껴서 자주 찾는 육거리 종합시장은 청주의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먼빛으로 시장 쪽을 바라보니 대목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나온 것을 보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도 대목은 대목인가보다. 시장으로 들어서니 좁은 인도에 물건이 쌓여 있는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빛이 밝아 보인다. '나도 저 물결 속으로 빠져 다니며 필요한 식재료를 사야 하나'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할 수없이 그들 사이로 휩쓸려 다니기로 작정했다. 지나 갈 때 수북이 쌓였던 물건이 조금 후에 되돌아와서 보면 다 팔리고 없어져서 고르지도 못하고 사야할 판이다. 또 붐비는 인파를 헤집고 다니는 것도 너무 힘들다. 탐스러운 과일이 정갈하고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는 과일가게에서 크고 빛깔 좋고 예쁘게 잘 생긴 과일을 골라 담았다. 채소전에서는 채소류도 사고 어물전에 들려 동태포도 뜨고 조기도 샀다. 김구이집 앞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긴 줄로 서 있어서 맨 뒤에 가서 줄을 섰다. 기계에서 구워져 나오는 김을 기계보다 더 빠른 주인의 손놀림을 지루한 줄 모르고 구경하다 보니 30여 분이 지나서야 내 차례가 왔다. 김구이 집은 이 집 말고 그 옆에 또 생겼는데도 셋집이 다 만원이다. 어려운 이 시기에 오늘같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서 소상공인들마다 벼락부자 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시장 한 바퀴를 돌고 적어 온 메모지를 보고 계산해보니 예상했던 금액보다 더 쓴 것을 보면 물건 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명절 밑이라 물건 값이 오르기도 했겠지만 새해 들어 모든 물가가 겁나게 올라 생필품사기가 겁난다. 장 본 물건을 양 손에 들고 걷는데 어디선가 신명나는 노래 가락이 들렸다. 소리 나는 곳으로 가까이 가 보니 그 소리의 주인공은 윤팔도 가족들이 치는 엿가위 소리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엿가위 예술의 달인'으로 알려진 대를 이은 예술인들로 알려졌다. 그들이 치는 엿가위 장단은 더 크게 퍼져 나가 구경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 장단에 맞춰 더덩실 어깨춤을 추며 흥을 북돋워주는 재간꾼도 있었다. 이렇게 즐거운 재미와 따뜻한 정까지 덤으로 주는 활기찬 전통시장은 볼거리, 먹거리, 놀 거리에 흥이 넘쳐나는 즐거운 놀이터이자 장터다. 대목장의 풍경을 보고 우리의 고유 명절은 변함없이 잘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푸근해졌다. 농경시대를 살아 온 내 어렸을 때는 밤잠을 설쳐가며 손가락 꼽아가며 애타게 기다렸던 명절이 아니었던가. 명절날 꼬까옷과 새 신발을 신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동네 어른들 찾아다니며 절하고 맛난 음식도 먹고 세뱃돈도 받았다. 그런 일들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돈도 귀하고 물건도 귀하여 어렵게 살았다. 그래도 없는 살림에 일일이 챙겨주어야 했던 어머님의 애틋한 마음이 절절이 녹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의 마음은 똑 같다. 힘은 들어도 내 손으로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식구들이 맛나게 먹어주면 그것이 어머니의 사는 보람이고 행복이지 싶다. 오미크론으로 힘든 이 시기지만 명절 때 만이라도 가족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기쁨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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