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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태백산에 있는 정암사를 찾아갔다. 정암사는 국보로 지정된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이 있는 사찰로 대웅전이나 법당에 석가모니불의 불상을 모시지 않는 것이 적멸보궁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곳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탑에 봉안해 놓았다는 말을 듣고 언젠가 꼭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이다.

일주문을 바라보고 서서 좌측 옆으로 '유적 발굴중'이라고 쓴 팻말이 세워져 있다. 산기슭에는 유적을 찾는 중인지 인부들이 여기 저기 서성대고 있다. '무엇이 나왔을까' 궁금한 마음만 안고 일주문을 통과하여 들어서니 경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일주문에서 가까운 거리에 수마노탑 모형과 적멸보궁 정암사라는 표지석이 친절하게 안내를 하는 듯하다. 그 옆에서 포대화상의 환한 웃음과 넉넉하고 후덕한 모습을 대하니 내 마음까지 푸근해졌다. 코로나19 탓인지 인적이 없어 경내가 한적하다. 조심조심 발소리를 죽여 가며 법당에 들어가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려본다.

천년고찰인 이곳은 기록에 의하면 월정사의 말사로 갈래사라고도 한다. 사찰의 규모는 아담하니 그리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았다. 고즈넉함이 묻어나는 소박한 모습을 지닌 불교 성지다. 정암사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양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신라시대의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지성으로 기도한 후 문수보살로부터 직접 석가모니의 진신 사리를 받았다고 한다.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그것을 지니고 용왕의 도움으로 물길을 따라 오면서 마노 석을 이곳까지 가져와 쌓은 탑에 봉안하였다. 마노(瑪瑙)란 빛이 아름답고 광택이 나는 회녹색 석영의 일종으로 물속에 있는 돌이라서 수(水)마노라 한다. 그 돌로 쌓은 탑이 수마노탑이다. 그래서 자장율사가 창건한 10여 곳의 사찰 중 이곳이 갖는 의미는 다른 사찰과는 다르다고 한다. 자장율사는 신라의 불교 발전에 크게 공헌한 율승으로, 왕은 그에게 금란가사(금실로 짠 옷)를 하사했다고 한다. 또한 말년에 수행하다 입적한 곳이기도 하다. 그가 최후까지 입었던 금란가사가 전해졌으나 지난 1975년 11월 도난당했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암사에는 유명한 것이 셋 있는데 하나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며, 둘은 석영의 일종인 수마노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수마노탑(보물410호)이고, 셋은 천연기념물로 보존되고 있는 열목어의 서식지이다. 아무쪼록 이 세 가지가 오래도록 잘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경내에 설치된 '새들의 놀이터'에는 주방용품에 물과 먹이를 넣어두어 새들이 와서 먹고 놀다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또 '고독한 벌들의 집'에는 야생벌들이 와서 알을 낳을 수 있도록 기둥에 구멍을 뚫어 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설치해 놓았다. 나 아닌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스님들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워 보였다. 작은 생명체일지라도 소중하게 다루는 모습이 돋보여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이것이야말로 이웃을 보듬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동산위에 있는 수마노탑으로 가기 위해 극락교위를 걸었다. 그 이름처럼 깊고 높은 극락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처럼 느껴졌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에 사는 열목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 안내문이 눈에 띈다. 다리 밑으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니 1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 서식지로 최적지일 것 같은 맑은 계곡물이다. 청량한 공기를 욕심껏 마시며 돌계단을 딛고 올라가 탑 앞에 이르렀다. 이 수마노탑은 높이 9m 7층 모전석탑으로 보물 제410호로 2020년 국보 제332호로 지정된 탑이다. 첩첩산중의 산중턱에 위치한 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위엄 있고 신비로운 모습에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아름답고 정교한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저절로 숙연해진다. 심호흡을 하며 흩어졌던 옷매무새와 마음을 가다듬고 두 손을 모아 푸른빛이 감도는 탑 앞에 두 손을 합장해 본다. 천년 세월의 바람이 일상에서 켜켜이 쌓인 찌든 마음을 헹구어 주는 듯하다. 불자가 아니라도 누구나 이곳에 오면 마음이 숙연해지고 경건한 자세로 자기만의 기도를 할 것 같다. 마음먹고 찾아 온 깊고 깊은 태백산 준령의 신성한 성지에서 좋은 기운을 가슴에 가득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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