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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이마누엘 칸트는 매일 정확한 시간에 산책했던 것으로 유명한 철학자다. 그는 골똘한 생각에 잠긴 채 철학적 사고에 젖으며 걸었다고 한다.

또 니체는 '심오한 영감의 상태, 즉 모든 것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고 했다. 그런 훌륭한 분들의 위대한 생각이 탄생된 길이니 걷기를 매일 생활화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전국 곳곳마다 산길 따라, 물길 따라, 옛길 따라 둘레길을 찾아 유행처럼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 길은 데크와 미끄럼 방지용 깔개를 깔아놓아 걸어도 쉽게 피곤하지 않는 길이다. 어린아이나 노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우리네 일상생활이 바쁘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르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거나 힘들 때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걷는다면 몸과 마음에 활기를 얻을 수 있다.

내 집 부근에 사직공원 둘레길이 있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낮은 산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걷기에 딱 좋은 장소로 알려졌다. 이른 새벽부터 늦은 시각까지 이곳 주변의 주민들이 찾아와 걷는 사람들로 이어진다. 더구나 이 길은 흙길이라서 발을 디딜 적마다 감촉이 너무 좋아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그래서 걷는 내내 기분이 상쾌하고 운동 효과가 크다. 어떤 사람은 맨발로 걷는 이도 있다. 인간의 발바닥은 몸의 오장육부와 여러 기관, 혈액순환의 기능까지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발바닥을 자극하게 되면 흙의 기를 더 많이 받아 건강에 이롭다는 이론 때문에 고통을 견디며 걷는 것을 보면 대단해 보인다. 맨발이 아닌 운동화를 신고 걸어도 운동효과는 좋을 것 같다. 이 길은 두 사람이 함께 걷기에는 좁은 오솔길이라 혼자서 즐기는 산책길로 안성맞춤이다. 한가로이 여유를 부리며 걸어야 볼 수 있고 걸어야만 마음의 창이 열린다. 숨 가쁘게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도 좋지만 내 몸에 맞는 길을 선택해서 평지를 걸으면 어떠랴. 그 누구보다도 이 길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분이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비하는 것이 그분의 일과처럼 됐다. 낙엽이 떨어져 지저분하면 쓸고 비탈진 곳은 층계를 만들고 빗물에 패인 곳과 질퍽한 곳은 돋우고 물길을 내주는가하면 뻗어 내린 나무를 잘라주는 등 깨끗이 정비된 길은 윤기가 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그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게 된다. 그분은 헌신적인 봉사정신을 발휘하는 소대섭 아저씨다. 고마운 그분 덕분에 아름다운 이 길을 걸으면 한없이 행복해진다.

어제는 상당산성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만 어린이 박물관 앞에서 내려 우암산길로 접어들어 걷다보면 상당산성 쪽으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이 숲길은 언제 와도 새롭다. 적당히 오르막길에 가쁜 숨도 쉬고 평평한 곳에서는 숨고르기도 할 수 있어 등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숲길에서 숨을 깊게 들여 마실 때 코끝에 맴도는 은은한 숲 향기가 몸과 마음에 스며듦을 느낀다. 이마에 구슬땀이 송송 맺히고 온 몸에 땀이 솟아 날 때면 볼에 스치는 바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청정 자연이 내뿜는 피톤치드를 비롯한 좋은 기운을 얼마든지 품어줘 심신이 개운해지기 때문이다. 걸으면 행복해지고, 걸으면 아름다워지게 되는 것 같아 늘 새로운 기분으로 걷는 길이다. 한참을 걸은 후 땀이 밴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가볍고 상쾌해져 그 어떤 나쁜 기운도 막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기처럼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걷기를 교통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은 결국 땅을 밟고 살아야 됨을 다시 깨닫는다.

현대 문명병의 예방과 치유에 효과가 탁월한 걷기에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내 몸을 위한다면 걷는다는 것은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그래서 매일 만보기를 손목에 차고 변화하는 색다른 풍경으로 꽉 찬 자연의 길을 향해 힘차게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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