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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자

수필가

따뜻한 물을 찾게 되고 따뜻한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매력적으로 물들던 형형색색의 단풍잎도 색이 바래져 가고 있다.

새 단장이 된 집을 구경하러 오라고 하는 지인의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너나없이 조심하고 긴장하면서 지내야 할 때라 선뜻 나서지 못했다. 마침 정부에서 거리두기가 완화되어 뜻있는 몇 분과 함께 날을 잡아 1박2일 일정으로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그곳은 천혜의 자연이 아름답게 빼어난 월류봉이 있고 갖가지 특산품으로 이름 난 고장으로 알려진 곳이다. 지인이 살았던 이 마을은 그 옛날 산간벽지였을 정도의 산촌 마을이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갑게 맞이해 주는 지인은 우리를 데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설명해 주었다. 직접 설계하고 집안 곳곳을 확장하여 손수 짜 맞추고 늘리고 옛 것을 살리고 재활용하여 아주 훌륭하게 리모델링되었다. 집 구조를 쓸모 있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곳에 자리한 세간살이들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렇게 손수 옛 가옥을 쓰임새 있도록 잘 꾸며놓은 안목과 솜씨가 대단해 보인다. 울안에는 장작더미를 차곡차곡 높다랗게 쌓아 놓았다. 나무를 잘라서 장작을 패는 일까지 지인이 직접 했다고 한다. 설명을 하는 지인의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하고 행복해 보였다. 설명을 듣는 내내 그가 존경스러웠고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돌문화는 아궁이에 불을 때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자연치유력이 있는 자연종합병원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온돌문화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세계 최고로 내세울 수 있는 온돌의 장점이고 자랑거리다.

지금 우리는 따뜻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주택이 변화되었다. 전기장판이나 옥매트의 등장으로 우리의 정서를 완전히 탈바꿈시켜 놓았다. 건강을 지켜주던 우리의 온돌은 사라지고 온열매트나 온돌침대가 탄생되었다. 90년대 들어 새로운 찜질문화인 찜질방이 나오면서 우리는 따뜻함에 빠져 몸을 말리고 피를 말리는 전자파시대에 살고 있다.

온돌문화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구들 고래를 만들고 고래 위에 구들장을 놓아 아궁이를 통하여 받아들인 열을 구들장에 저장했다가 서서히 복사열을 방출하여 방바닥이 따뜻해지도록 했다. 한국의 온돌문화는 독창적인 주거문화로,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5월 2일 국가무형문화재 13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우리를 위해 아침부터 아궁이에 장작을 지폈다는 방으로 들어갔다. 황토로 만든 찜질방은 벽과 천정을 편백나무를 사용하여 마치 목조건축을 한 것 같았다. 또한 피톤치드의 상큼한 향에 흠뻑 젖어들었다. 세 개의 방을 넘나들 수 있도록 쪽문을 만들어 놓아 요술공주가 금방 나올 것 같은 재미있고 매력적인 방 구조에 장난기가 솟았다.

구들장을 놓은 온돌방을 완전 찜질방으로 개조해 놓았다. 얼마 만에 맛보는 온돌방의 따스함인지 모르겠다. 특히 여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온돌방이 아닌가 한다. 친정집 안방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부지런한 지인은 또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느라 분주했다.

감나무에 올라가서 직접 딴 감이 홍시가 되었다며 한 바구니 들고 들어오셨다. 우리는 배가 부른데도 사양하지 않고 염치없이 먹고 또 먹었다. 보통 홍시 맛이 아니고 그야말로 꿀맛처럼 달았다. 어릴 때 긴긴 겨울밤에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먹던 달콤한 홍시 맛 그대로다.

새 단장을 하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는 지인은 흡족하게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직접 짐을 실어 나르고 연장을 들고 자르고 망치질을 하다 보니 건강도 좋아졌다고 했다. 또 시골집이 불편해서 잘 오지 않던 손자들도 좋아하며 자주 온다고 한다. 손자들과 정이 들고 친해졌으니 더 바랄게 없다며 흐뭇해하는 지인이 홍안의 소년처럼 보였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자정이 넘어서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곤히 잠이 들었다. 이튿날 아침 기지개를 켜며 가벼운 몸으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달게 마셨다. 담장에 그려진 벽화에 적힌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글을 보고 친근한 고향의 봄이라 생각했다. 따뜻한 온돌방에서 사람 사는 정을 느끼며 정서적이고 낭만적인 고향의 멋을 한아름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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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