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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갈 곳 없는데" 버려진 금강8경 세종보

모래와 풀밭으로 변한 강바닥엔 새나 벌레도 없어
시민·세종시 반대 속 정부는 처리 방안 결정 미뤄
4·15 총선에서 후보들 간 주요 쟁점 떠오를 전망

  • 웹출고시간2020.03.10 16:18:29
  • 최종수정2020.03.10 16:18:29

지난 3월 7일 오후 4시께 금강 세종보 바로 아랫쪽에서 윗쪽으로 바라본 모습. 정부가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7년 11월 13일부터 수문을 연 뒤 2년 4개월만에 사람은 물론 동물도 찾지 않는 '버려진 땅'으로 변했다.

ⓒ 최준호기자
[충북일보 최준호기자] 최근 세종시내에서 개인이나 가족 등 적은 인원이 강변이나 산·수목원과 같은 호젓한 야외를 찾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공연장·도서관·체육관·수영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외 공공시설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시민들이 즐겨찾던 명소인 세종보는 정부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자연성 회복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수문을 열면서 물이 마르는 등 '버려진 땅'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면서,오는 4월 15일 처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는 후보들 사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2014년 8월 27일 밤에 찍은 세종보 윗쪽 금강과 한두리대교(오른쪽)·첫마을 아파트(앞쪽) 모습. 환경부가 2017년 11월 13일부터 보의 수문을 부분 개방하기 전만 해도 이 지역은 풍부한 강물과 다리·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진 야경이 아름다워 전국에서 연중 많은 사진작가가 몰리는 곳이었다.

ⓒ 행복도시건설청
◇물고기는 물론 새나 벌레도 눈에 띄지 않아

기자는 토요일인 지난 7일 오후 3시께부터 6시까지 어진동 세종호수공원, 한솔동 첫마을아파트 앞 금강 세종보(洑), 보 윗쪽 양화자갈보 등을 둘러봤다.

호수공원은 주변에 국립세종도서관·정부세종컨벤션센터·대통령기록관 등이 있어 평소 주말이면 세종시내에서 가장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 하지만 이 날은 사람을 거의 구경할 수 없었다.

지난 3월 7일 오후 3시 50분께 금강 세종보 동쪽 끝에 있는 어도(魚道·물고기 길) 모습. 물에 녹조류가 잔뜩 낀 채 물고기는 구경할 수 없었다.

ⓒ 최준호기자
국립세종도서관과 대통령기록관은 지난달말부터 문이 닫혀 있다.

호수공원에서 남쪽으로 약 4㎞ 떨어진 세종보로 갔다.

보 동쪽 부근에 있는 X게임장에서는 청소년 10여명이 보드와 자전거 등을 즐기고 있었다. 보 주변의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서도 제법 많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이번에는 게임장에서 서쪽으로 100여m 떨어진 세종보로 이동했다.

그러자 맨 먼저 기자를 맞은 것은 시퍼런 녹조류가 잔뜩 낀 어도(魚道·물고기 길)였다. 하지만 물고기는 구경할 수 없었다.

금강 세종보가 준공된 뒤 처음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난 2011년 9월 24일에 찍은 어도 모습.

ⓒ 최준호기자
보의 바로 위와 아랫 쪽은 '버려진 땅'이었다.

강 바닥은 삭막한 모래·자갈밭과 말라죽은 풀밭으로 변해 있었다. 물고기는 물론 새나 벌레도 눈에 띄지 않았다. 보에 가득 찬 물과 어우러진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정부가 지난 '금강 8경' 가운데 하나로 지정한 세종보는 이렇게 망가져 있었다.

X게임장 옆에서 청소년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던 김경숙(63·여·세종시 대평동)씨는 "코로나 사태로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해서 나왔다"며 "세종보가 물도 없이 방치돼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 3월 7일 오후 4시 50분께 찍은 세종시 금강 양화자갈보(취수장) 모습. 세종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세종시가 임시로 만든 물 저장 시설이다.

ⓒ 최준호기자
세종보에서 금강 상류 쪽으로 5㎞쯤 떨어진 양화자갈보(취수장)로 갔다.

세종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자 세종시가 임시로 만든 물 저장 시설이다. 인공으로 만든 호수공원을 비롯해 방축천과 제천은 이 취수장에서 끌어올린 물로 기능이 유지된다.

자갈보에는 세종보와 달리 물이 고여 있었다.

하지만 어도와 마찬가지로 가장자리에는 녹조류가 잔뜩 끼어 있었다. 보 위와 아랫쪽에서는 낚시질을 하는 사람도 4명이 눈에 띄었다.

세종보 방류로 수위가 크게 낮아지자 세종시는 보 상류 5㎞ 지점에 있는 양화취수장에 길이 50m,폭 5m,높이 1m의 자갈보(둑)를 만들어 2018년 3월 20일 준공했다. 사진은 같은 해 4월 20일 찍었다.

ⓒ 최준호기자
◇정부는 세종보 처리 방안 결정 계속 미뤄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그 해 11월 13일부터 세종보를 비롯한 금강·영산강·낙동강의 7개 보를 부분 개방했다.

이 가운데 세종보는 이듬해 2월 2일부터 전면 개방했다. 또 환경부는 2017년 11월 10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2018년말까지 4대강 16개 보의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보 철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결정이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는 지난해 2월 21일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개(세종·공주·죽산)는 철거하고 2개(백제·승촌)는 상시 개방하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지난해 7월까지 철거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정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 후 세종시민들을 중심으로 '세종보 철거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그러자 이춘희 세종시장과 세종시의회도 신중론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아직까지도 세종보를 비롯한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에게 '뜨거운 감자'가 된 세종보 처리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세종지역 여·야 후보들 사이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세종 / 최준호 기자 choijh59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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