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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물리적 이전보다 법적 지위 확립이 먼저다

  • 웹출고시간2025.04.20 14:38:13
  • 최종수정2025.04.20 14:38:12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천도(遷都), 즉 수도의 이전은 단순한 정치권력의 공간 이동을 넘어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 생존 전략과 함께 고민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수도권 일극 집중과 지방소멸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遷都로 읽히는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은 물리적 재배치 그 자체보다 '왜',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이전을 수도 이전이라는 등식의 성립을 차치하고라도 집무실 이전이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간구조 재설계의 핵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은 고도화된 집중화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청년들이 가장 많은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명 수준까지 하락했다.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의료 인프라를 찾아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고, 89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회생 전략 마련에 고군분투 중이다. 반면 수도권은 교통 혼잡, 주거난, 환경오염 등 도시 병리 현상이 누적되고 있으며, 이른바 '서울공화국'이라는 비정상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한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제한된 기능만을 가진 도시로 출범했고, 그마저도 수도권 집중 완화에는 '백약이 무효'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메가시티 전략도 지역별 산업 기능을 엮는 취지였지만, 세종시와 대전, 청주 간 실질적 분업구조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은 부재하다.

6.3 대선을 계기로 대통령실의 물리적 이전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수도권 집중의 문제와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략 속에서 추진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단순히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만으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핵심은 세종시의 법적 지위 정립이다. 현재 세종시는 하나의 광역자치단체로 기능하고 있지만, 국가 주요 기능이 집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행정 지위는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국가 기반 시설 유지·관리, 도시 인프라 확충, 행정지원 등에 필요한 재정을 자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2030년 행정중심복합도시 완공 이후엔 더욱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재의 법과 제도로는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워싱턴 D.C. 와 같은 특별행정구역 모델이 난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없을까? 워싱턴 D.C. 는 미국의 수도이자 연방구로, 어느 주에도 속하지 않는 특별 행정 구역을 의미하며, 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세종시 또한 특별행정구역의 지위를 갖출 때 비로소 안정적인 재정 기반 위에서 기능을 확대하고, 국가의 거점도시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세종시의 자주재원 확보의 문제는 비단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 세종시는 행정기능을 대전은 과학기술, 충북 청주는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해 수도 서울의 대응축으로서 세종시 건설 효과의 시너지를 높이고자 설계되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라는 동일 지위가 부여된 상황에서 서로의 역할 분담이 아닌 경쟁 관계가 됨으로써 오늘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청주의 부용면과 공주의 장기면, 반포면, 의당면 일부를 떼어준 충청남북도 입장에서는 협력보다는 경쟁해야 하는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차제에 대통령실의 이전은 遷都 수준으로 접근이 필요하며, 단지 물리적 공간 재배치가 아니라 법적 구조 개편을 동반한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6.3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 가능성이 다시금 현실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미완으로 남은 수도 이전 논의를 완성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며,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실의 이전으로 촉발되는 위치조정의 문제는 정치권력의 장소 이동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종합 전략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물리적 이전 자체가 아니라, 세종시의 지위를 명확히 정립하고, 그를 기반으로 대전, 청주 등 인근 도시와의 역할 분담을 제도적으로 설계할 때, 우리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이중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 대통령실의 이전은 '어디'가 아닌 '어떻게'의 문제이며, 그 중심에서 법적 지위와 재정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도시계획이 아니라 국가 통치구조의 변화를 수반하는 과업으로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제도적 정합성과 물리적 실행력과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받아들이는 수용성을 확보를 통해 난제를 조율해 나아가는 거시적 담론이 필요한 것이다. 어렵게 찾아온 행정수도 완성의 기회를 잡아야 국가적 난제인 수도권 집중의 문제와 지방소멸의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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