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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7.12 16:50:1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니체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고향을 떠나 청주에서 혼자 기거하던 두 평 남짓한 하숙방은 평화롭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현실의 쓴 맛을 본 나에게 청춘은 더 이상 푸르른 시절이 아니었다. 춥고 모진 바람 부는 광야에 홀로 버려진 연약한 짐승일 뿐이었다. 난 그때 정체모를 무언가와 치열하고 고독하게 싸우고 있었다. 외로웠고 막막했었다. 니체는 그때 불쑥 나타났다. '동서문화사'에서 1976년도에 발간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문고판 이었다. 그 당시, 혼자만의 장구하고 처절한 싸움이 이 니체로부터 시작하여 니체로 하여금 끝날 것이라는 막연한 예감이 날 불안하고 설레게 했었다.

'사람이 위대한 점은 그가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다리라는 것이다', '신은 죽었다', '사람이란 초극하지 않으면 안 될 무엇이다, 사람이란 동물과 초인 사이에 걸린 하나의 밧줄이다', 이 무슨 해괴하고 난해한 발언이던가·

그때 뜻도 목적도 모르는 암흑의 삶을 힘의 의지로 긍정해 나아가는 니체가 날 이끄는 예지자로 여겨졌으며 인생의 전면에 대항해서 온몸으로 싸우는 용기 있는 전사로 보였다. 되돌아보면 문맥의 반의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난 니체에게 열광하고 숭배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꼭 세 번 더 그 책을 읽었고, 2006년도에 민음사에서 발간한 책을, 그해 2월에 새로운 번역의 느낌을 음미하며 네 번째로 읽었다. 서른 해 이상을 니체의 책들과 그와 관련된 2차 저작물들을 찾아 사색하며 읽고 또 읽어온 것이다.

삶의 굽이마다에 니체는 나에게 길을 밝히는 등불이었고 내 어깨를 두드려주는 부모와도 같았다.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사자가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과정을 함께 걸어왔다. '어린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 최초의 운동, 거룩한 긍정이다'라는 구절을 되뇌면 저절로 고객 끄덕여지는 날 발견하곤 나이 먹는 일이 참 행복한 것임을 깨달았다. 니체가 서른아홉의 나이에 저술한 그 책을 난 나이 사십대 중반에 온힘을 다한 후에 겨우 이해하며 공감하게 된 것이다.

니체의 책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내가 삶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폭과 깊이에 비례해왔다. 젊은 날의 내게 니체는 거침없이 떠나라고 부추기며 내가 되돌아갈 곳을 부수며 안주할 데를 없애버렸다. 삼십대 때는 우상과 제도와 시장이라는 견고한 성에서 모두가 가는 하나의 쉬운 길을 버리고 천 개의 눈으로 천 개의 오솔길, 천 개의 섬들로 가라고 일깨워준 시기였다. 나를 남에게 양도하며 무리 짓는 노예의 길을 버리고 위버멘쉬처럼 내 가치의 주인이 되라고 일갈한 것이다.

"모든 것은 가고 모든 것은 되돌아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 모든 것은 죽고, 모든 것은 꽃피어난다. 존재의 세월은 영원히 흘러간다....... 모든 순간에 존재는 시작한다. '모든 여기'를 중심으로 '저기'라는 공(球)이 회전한다." 이러한 영원회귀의 신성한 '긍정'이야말로 내가 늙어가며 터득해 가는 삶의 지혜와 밀도가 되었다.

십대의 막막한 두려움에서 시작한 니체읽기가 세월의 풍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니체와 함께 함으로써 살아가는 일의 질곡과 번민과 갈등의 세월은 순수한 어린아이마냥 투명한 긍정을 얻게 되었다. 그래서 난 아직도 인습에 멍들지 않은 젊은이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새로운 놀이를 시작하는 어린아이가 될지 모를 일이며 아직도 궁금할 뿐이다.

혹여 지금 이 순간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속을 헤매는 젊은이가 있다면 '책사이로 걷고, 뛰고, 오르고, 춤추는 자'가 되어 보기를 권한다. 니체가 아니어도 좋다. 세상에는 새로운 눈을 주는 멋진 책들이 스승처럼, 연인처럼 아니면 친구처럼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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