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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5.03 18:17: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 충북본부 홍보실장

오래전부터 매년 배낭하나 메고 며칠씩 혼자만의 여행을 한다. 낯선 곳에 홀로 도착한 날. 탐욕과 번잡의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슴이 저려오는 매운 고독을 느낀다. 낯선 도시에서 남루하고 비밀스런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쟝 그르니에'처럼 섬으로 둥둥 떠다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장마가 끝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어느 7월초 여름. 무주구천동 콘도에 여장을 풀고 별빛이 반짝이는 깊은 밤 가로등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때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이라는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 호텔방에서 여행 가방도 풀지 않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빨간 속옷차림으로 두툼한 책을 읽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 낯선 호텔방에서 적막하게 무미건조한 구도로 앉아 있는 그녀의 비밀이 나의 모습과 오버랩 되어 왔다. 1950년대 미국사진작가 해리 캘러헌의 '엘리노어'라는 사진과 비슷하나 이 그림에서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짙은 고독의 냄새가 풍겨왔다. 그 후 접하게 된 '아침 태양'이나 '바다와 면한 방' 등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은 모두 다 지독한 고독과 슬픔의 감정을 자극하며 나를 찔러대었다. 그러나 호퍼의 이러한 그림들이 30년대 경제대공황을 겪은 미국인들의 황폐해진 정신을 치유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림에 대해 흥미가 일었다. 고독으로 고독을 치유하는 따스한 고독. 인간은 고독을 통해서만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림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보면 그 화가만이 가지고 있는 세상을 보는 관점과 사는 기법을 읽게 된다. 특히 많은 예술가 중에서 가장 개성 있는 세계를 구축하였다고 여겨 나의 관심을 이끈 화가는 단연 행복의 화가 르누아르와 불안의 화가인 뭉크였다.

센 강변 식당 테라스에서 청춘남녀들이 음식을 먹으며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장면을 그린 르누아르의 '뱃놀이 일행의 오찬'을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축제 같은 인생의 기쁨과 행복에 몸이 뜨거워져 옴을 느낀다. '물랭 드 갈라테'에서는 햇살 속에 반짝이며 춤의 흥분에 도취된 얼굴들의 열기로 뜨겁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들'의 살결의 향내가 그대로 풍겨 나오는 반지르르한 풍요로움, 피아노의 선율이 들리는 듯 달콤한 행복이 전달되어진다.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에는 핏빛으로 물든 하늘이 일렁이고 불길하게 검푸른 물결이 소용돌이치면서 단발의 비명소리가 섬뜩하게 들린다. '저녁때의 카를 요한 거리'에서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겁에 질려 길을 걷는 가운데 유독 이탈해서 유령처럼 흐느적거리는 남자가 있다. 이 소외되어 홀로 걷는 자가 뭉크이며 '절규'하는 사람 또한 뭉크자신이라는 것을 안 이후 뭉크에 대해 궁금해졌다. 뭉크를 평생 동안 괴롭힌 불안의 정체가 죽음이었다는 사실. 뭉크의 불행한 가족사가 그를 평생 불안의 화가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것은 불안에 잠식된 영혼이면서도 불안의 정체를 정면으로 꿰뚫어 돌파하려고 했던 점이며 불안을 삶의 연료로 만들어 결국 긍정의 에너지로 바꾼 치유의 힘이다.

반면에 르누아르가 행복의 화가가 될 수 있었던 토양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그의 화목한 가족사였으며 그가 이룬 행복한 가정과 헌신적이며 다감한 부인 덕이었다. 더구나 그의 낙천적인 기질은 그의 그림들을 생동감 넘치는 영화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영혼과 접속하는 방법이 갈라진다. 삶을 대하는 방법에 따라 르누아르의 행복을, 뭉크의 불안을, 호퍼의 고독을 선택할 수가 있는 것이며 치열하고 기나긴 삶의 풍경이 달라진다. 난 또 다시 여행을 떠날 것이며, 그래서 고독해하고 불안해하며 행복해 할 것이다. 생명의 반짝임을 믿는 한 떠날 때마다 점점 견고해져가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이라는 빈 화폭에 나는 무엇을 담을 것인가. 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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