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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수필가

그놈의 이름은 '무데뽀'였다. 양보라는 걸 몰랐다.

성질이 사나워서 다른 놈들과 어울리질 못했다. 부리로 아무나 쪼아대었다. 횃대도 혼자 차지하려고 눈을 번뜩이며 경계했다. 언제나 분주했고 행동이 산만했다.

난 그놈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짠했다. 무엇이 저놈을 저리도 모질게 만들었을까· 사랑앵무종인 예쁜 잉꼬 한 쌍을 분양받은 것은 애들이 막 사춘기에 접어들 때였다. 힘들게 공부하는 애들에게 위안거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꼬돌이는 윤기 흐르는 녹색 깃털을 가졌고, 덩치도 우람하고 볼때기가 두툼하니 근엄했다. 행동거지도 듬직하여 사내다웠다. 꼬순이는 노란 깃털의 날렵한 몸매를 뽐냈다. 영락없는 새색시의 몸짓으로 사랑스런 자태를 보여주었다.

그놈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물통 안을 들락거리며 목욕을 해대었고, 틈만 나면 주둥이를 부딪치며 서로의 애정을 과시했다.

어느 날부터 부부가 교대로 나무 둥지의 입구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밤낮없이 새장바닥에 있는 신문지를 뜯어다가 둥지에 깔았다. 알을 낳은 후 부화한 것이다. 생명을 탄생시킨 그놈들이 신기하여 수시로 둥지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게 화근이었다.

며칠 뒤 둥지 안의 새끼들이 모두 죽어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둥지 안을 열어 제치니 스트레스로 새끼들을 방치한 것이다. 새끼들을 땅에 묻어주며 난 그놈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했다.

그 일이 잊힐 때 쯤 꼬돌이와 꼬순이가 또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예전처럼 둥지입구를 쪼아서 매끄럽게 만들고 바닥을 신문지로 깔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담요로 새장을 덮어주고 발걸음조차 조심스럽게 떼며 숨죽여 기다렸다. 꼬돌이 부부가 교대로 둥지를 들락 거린지 20일쯤 되더니 드디어 첫 새끼가 알을 깨고 나왔다. 둘째가 나오고 며칠 뒤 조용해졌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둥지 안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새끼 세 마리가 꼼지락 거리며 짹짹거렸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막내놈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직 붉은 맨살에 깃털은 몇 개만 삐죽 나왔고 혼자 구석에 처박혀 바르르 떨고만 있었다.

꼬순이가 첫째와 둘째만 먹이를 주고 막내는 부리로 쪼아대며 쫓아내고 있었다. 보기 흉한 외모에 왜소한 덩치가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미운 잉꼬새끼였던 것이다.

미운 잉꼬새끼를 살리기로 했다. 종이상자에 담아 안방으로 피신시켰다. 삶아 불린 좁쌀과 계란 노른자로 모이를 만들었다. 두 시간마다 탁구공만한 막내를 손안에 쥐고 주사기로 모이를 먹였다.

아내는 보름 이상을 외출한 번 제대로 못하고 밤잠도 설치며 그놈을 보살폈다. 마침내 막내는 깃털도 다 났고 제법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드디어 미운 잉꼬를 꼬순이에게 보내는 날, 또 한 번 낭패를 당해야만 했다. 모두가 막내를 거부했다. 꼬돌이와 꼬순이는 부리로 쪼아대며 학대했고, 첫째와 둘째는 냉담했다.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첫째는 제 엄마를 닮아 예쁜 암컷으로 자랐다. 깃털엔 윤기가 반짝이고 몸짓 또한 우아했으며 고고했다. 그놈은 '도도'라고 이름 붙였다. 언제나 얄미울 정도로 도도한 기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는 제 아빠를 꼭 빼닮아 유순한 수컷으로 자랐다. '주니어 꼬돌이'는 뚜렷한 개성도 없이 수줍은 놈이었고 '도도'만 졸졸 따라 다녔다.

유독 막내만 달랐다. 모이를 먹을 때면 게걸스러웠고 거칠었다. 매사에 반항적이고 공격적이었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시간만 나면 첫째와 둘째를 괴롭혔다. 신경질덩이 무데뽀 그 자체였다.

난 매일 '무데뽀'를 응원하며 모두 함께 잘 지내길 기원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꼬박 3년을 함께 살고 꼬돌이네 가족을 다른 사람에게 분양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가정의 달만 되면 난 매번 꼬돌이네 가족이 보고 싶었다.

그때마다 버림받고 상처받아 외로워하던 '무데뽀'의 모습이 가슴을 찔렀다.

올해는 더욱더 '무데뽀'가 궁금했다.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놈이 가장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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