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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수필가

물음표들이 달린다. 활처럼 구부러진 몸들이 앞을 향해 질문하듯 내달린다. 온 대지를 발갛게 달군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활시위들이 팽팽히 당겨져 있다. 자신에 대해, 세상에 대해, 대지에 대해, 아니면 왜 내달리는지 묻고 또 묻는 듯 그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또 이어졌다. 대청댐에서 군산 금강 하구둑까지 이어진 146km의 금강 자전거 종주길, 그 길목에서 난 매일 수많은 자전거 행렬과 마주쳤다.

멋진 헬멧과 원색의 알록달록한 사이클복을 입은 라이더들은 더운 김을 푹푹 뿜어내고 있었다. 그들이 내달릴 때 어깨부터 엉덩이까지 매끈하게 휘어진 곡선은 얼마나 관능적이고 아름다운가.

울퉁불퉁한 종아리로 힘차게 밟는 페달이 가속도가 붙을수록 가느다란 은빛 날개는 뜨거운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거렸다. 진한 땀 냄새 묻은 바람을 몰며 자전거 행렬이 지나갈 때면 그들 모두 원시의 싱싱함으로 눈이 부셨다.

깃발을 휘날리며 대장정을 가듯 수십 명씩 이동하기도 하고, 부부나 연인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홀로 달리는 자들도 있었다. 2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물음표처럼 몸을 휜 채 페달을 밟으며 금강 종주길을 종단하고 있었다.

길목에서 마주치는 자전거를 탄 낯선 사내와 여인들이 물음표로 다가올 때, 어둑한 새벽부터 캄캄한 밤늦게까지 쏜살같이 지나치는 그들을 볼 때마다, 난 그들이 궁금했고 "왜 그렇게 묻고 다니세요·" 라고 되묻고 싶었다.

세종시 금강변으로 이사 오고부터 매일 보게 되는 이러한 진풍경이 날 즐겁게 했다.

나도 오늘새벽 물음표의 몸짓으로 자전거에 올랐다. 내 사진 취향이 망원렌즈에서 매크로렌즈로 바뀌었듯 요즘은 내 관심지역을 하나씩 확장해 가며 조금씩만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의 행선지는 자전거로 한 시간 남짓 지나 미호천과 금강이 합쳐지는 '합강공원'이었다.

두 강물이 뭉쳐 더 크고 새로운 강을 이루는 합수머리의 넉넉한 물길을 보고 싶었다. 물길이 합쳐지는 물거품 아래로 거친 물결이 출렁이는 투명한 물소리도 듣고 싶었다.

아직 밤의 촉촉함이 남아있는 새벽길을 합수물길의 그리움으로 내달렸다. 쏴아쏴아 소리치며 넘실거릴 강물을 향해가는 길은 새벽숨결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아침녘의 여린 햇살 사이로 갑자기 꿈틀거리며 반짝이는 물체가 드러났다. 땅위에서 가만히 빛을 발하고 있는 수십 개의 물음표들 ···, 달팽이들! 등위에 물음표의 둥근 곡선을 이고 조금씩 이동하는 수십 마리의 달팽이들이었다.

연약한 두 개의 촉수를 꼼지락거리며 자전거 길을 횡단하는 달팽이들의 움직임이 힘겨워 보였다. 그중에는 자전거 바퀴에 깔려버린 놈들,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에 밟힌 놈들, 방향을 잃고 같은 자리만 뱅뱅 도는 놈들로 자전거길이 복잡했다.

물가를 찾아 무작정 길을 나선 달팽이들의 행렬을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달팽이들에게는 50여 미터 되는 이 횡단길이 146km의 금강 종주길보다 더 먼 여정일 것이었다. 그들에겐 고비나, 사하라 사막과 같이 멀고 험난한 여행길이고 목숨을 건 사투일 터였다.

물길이 하나로 합쳐져 우렁찬 물소리를 내는 합강공원에 도착한 후에도 내내 달팽이들의 생사만 궁금하였다. 강물은 보는 둥 마는 둥 귀갓길을 서둘렀다.

되돌아오는 길에 더 이상 달팽이들의 움직이는 물음표는 보지 못했다. 야광 빛깔처럼 반짝이며 도로에 들러붙은 점액질의 흔적, 바짝 말라버린 달팽이들의 등껍질들만 길바닥에 즐비했다.

한 무리의 자전거 행렬이 뜨거운 바람을 몰며 일렬로 스쳐지나갔다. '말없음표'처럼 점점이 희미해져가는 그들의 모습..... 그때 난 어렴풋이 보았다. 소실점 넘어 또렷한 느낌표가 우뚝 솟구쳤다가 사라져가는 것을.

오늘도 사람이나 달팽이나 살아가는 온갖 생명들이 묻고 있었다. 새로운 풍경을 찾기 위해 떠나고 되돌아오는 모든 생명들의 여정, 그 모든 여행이 결국은 낯설어진 나를 되찾기 위한 간절한 몸짓들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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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암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은 어디일까? 암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암환자와 가족들은 수술을 잘하면서도 진료비가 저렴하다면 최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암 수술 잘하고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 상위 20곳'을 발표했다. 충북대병원은 대장암 부분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진료비(451만원)를 기록, 1위에 올랐다. 거기다 위암·대장암·간암 수술 환자가 입원기간 중에 사망하거나 수술 후 30일 이내에 사망한 경우를 나타내는 '암수술사망률' 항목에서도 1등급을 인정받아, 명실 공히 가장 저렴하면서도 암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외과 중 '대장과 항문' 분야를 맡고 있는 충북대 이상전(59) 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장암 수술의 질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의학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합니다. 대장암 환자의 진료지침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검사, 수술, 보조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에 관한 지침이 나와 있지요. 이를 환자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면 됩니다. 즉 치료에 특별한 노하우나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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