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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2.27 18:34:4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12월의 끝, 12월은 끝의 매듭이자 또 다른 시작의 경계지점이다. "경계에 도달해본 사람만이 자기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12월에 진입하면서부터 지난여름의 뜨거움이 그리웠다. 불현듯 이 경계점에서 나를 돌아보니 살아가는 일의 비루함과 일상의 관성으로 난 무감해 있었다. 이제 한해의 끝에서 한 인간이 지나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며 반성의 일기라도 써야하는 시점인데도 말이다.

볼을 에는 찬바람이 도심빌딩 위, 언제나처럼 웃고 있는 광고판 젊은 여성 모델의 얼굴을 휘감았다. 그녀는 지난 한 해 동안 그 뜨거운 사막 속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그녀의 머릿결 아래로 사막의 모래알이 우수수 떨어진다. 하지만 모래폭풍처럼 휘날리는 차가운 눈발 속에서조차도 그녀는 움직이지 못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왔듯이, 앞으로도 그 곳에서 웃고만 있겠다는 듯이.

사막의 똑같은 풍경이 봄부터 겨울까지 변함없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문득 광고판에 갇힌 그녀가 이제는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하는 순례자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칼날처럼 차가운 계절에 고독한 순례자가 되어 낙타와 함께 저녁놀 지는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꿈을 상상해본 것이다.

한 해의 저녁, 잿빛으로 물드는 소멸의 지점, 나 또한 설레는 소식처럼 뚜렷한 전언(傳言)을 기다리며 생멸의 교차로를 투명하게 느끼려 했으나 이제는 무덤덤해지고 무감각해졌다. 헤아려보니 겨울이란 교차로를 오십 번도 넘게 건너다녔으나 횟수를 더해갈수록 그 길이 익숙한 표지처럼 단단해져 버렸다. 반질반질해진 포장도로마냥 감흥도 반성도 없는 그 길, 길, 길들. 광고판 그녀처럼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생각하면서.

그 시점, 인터넷서점에서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

"지금 당신은 몇 개의 생을 살고 있습니까·"며 묻고, "꿈꾸는 이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길 위에서 보낸 넉 달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건너간 9천 288킬로미터의 여정을 책속에서 함께 횡단했다. 우리네 삶은 시간을 따라 마냥 흘러가는 것일까· 혹은 우리가 사는 삶이 곧 시간과 공간이 될 수가 있는 것일까· 묻고 또 물으면서.

"나는 알레프에 있다. 모든 것이 한 시공간에 존재하는 지점······. 모든 것은 여기 현재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우리 자신을 정죄하거나 구원하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위치를 바꿔가면서, 한 객차에서 다른 객차로, 하나의 평행우주에서 다른 우주로 이동하면서······". 과거도 미래도 없는 영원한 현재로서의 시간인 '알레프', 우주와 교감하게 되는 특정한 공간인 알레프를 탐색해 가는 모험의 시간은 날 뭉클한 파장으로 전율시켰다.

습관처럼 읽고 서가에 처박아두었던 코엘료의 책 네 권을 다시 꺼내고 나머지 책 여섯 권을 구입했다. 연말의 모든 만남과 소통을 접었다. 이제 할 일은 하루에 한권씩 그 책들을 읽어내는 것이었다. 밤늦게까지 읽고, 새벽녘에 읽고, 자다가 깨어 읽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의 칠백 킬로미터의 순례길, 삼 년 후의 '로마의 길' 그리고 '예루살렘의 길'이라고 명명한 '성스러운 길'을 함께 떠났다. 올해의 끝에서 난 나의 깊은 내면으로만 몰입했다.

난 12월의 끝자락에 코엘료의 책 열권과 함께하길 잘했다고 스스로 도닥였다. 꿈과 열정만이 삶을 추동해가는 근원적인 에너지라는 것, 시련의 순간마다 우정의 불을 밝혀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 우리 모두는 코엘료처럼 순례자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래바람 부는 사막이든, 외로운 영혼속이든 각자가 순례자가 되어 길을 떠날 수 있을 때만, 매혹적이고 열정적이고 충만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는 풍요로운 삶을 만날 수 있다는 걸, 한 해의 끝과 시작의 경계점, 황량한 이 겨울에 다시금 깨우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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