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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줄무늬 원피스 차림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여자애가 양복차림의 아빠 손을 잡아끌며 문을 연다. 조금 늦은 저녁시간이다.

 "아빠, 나는 돈코츠와 가츠동." 메뉴가 무슨 음식인지도 모른 채 아이의 말에 따라 아빠는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린다. 낯이 익다. 엄마를 따라 몇 번 밥을 먹고 나갈 때마다 배꼽인사를 하던 예쁘장한 아이이다. 엄마는 퇴근을 못했거나, 아빠가 저녁밥을 챙겨야할 일이 생겼을 것이다.

 하루에 수십, 수백 명의 손님을 맞이하지만 난 이런 손님들에게 눈길이 더 간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 아빠 손을 잡아끌고 식당 문을 여는 아이, 아빠 엄마와 깔깔거리며 밥을 먹는 아이들, 그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어릴 적에 시골장날 어머니 손을 잡고 들어서던 중국집의 빨간 문이 떠오른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해준 그 중국집은 읍내에 유일한 중화요리 집이었다. 너무 맛있어서 다 씹지도 않은 채 목구멍으로 짜장면을 넘기다 보면 자꾸만 줄어드는 음식이 야속하기만 했다.

 하지만 다 먹어갈 때쯤이면 어느새 내 그릇에 짜장면이 다시 수북하게 담겨졌다. 어머니는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당신의 짜장면을 내게 덜어주곤 했다.

 아직 30대 중반이었을 어머니는 나와 눈길이 마주칠 때마다 흐뭇한 눈길로 웃어줬다.

 아빠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가츠동을 먹을 때마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먹던 짜장면이 생각나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리곤 잠시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사라진 그 시간이 그리웠다.

 가츠동을 먹다보면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의 주인공 '미카게'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라는 문장도 그렇지만, 식탁이 없어도 좋아하는 사람끼리 아침햇살이 쏟아지는 방바닥에 둘러앉아 계란죽과 샐러드를 먹는 장면은 아침햇살만큼이나 내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공간만 있다면 외롭지 않다. 언제든 아침햇살처럼 빛날 수 있다.

 일류 요리사인 미카게가 고작 식당에서 파는 가츠동을 포장해서 자기가 아끼는 사람을 위해 달려가는 장면은 또 어떤가. 자기가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만으로도 마음을 전하려는 진심은 사람을 대하는 지극함이다.

 "이 돈가스덮밥은 거의 행복한 만남이라고 해도 좋은 솜씨다. 고기의 질과, 소스의 맛, 달걀과 양파를 익힌 정도와, 고실 고실하게 지은 밥하며, 어디 흠잡을 데가 없다." 나도 인정하지만 남도 인정한다는 생의 태도는 당당해서 멋지다.

 일본식 돈가스덮밥인 가츠동은 이제 세계적으로 너무나 흔한 대중음식이 됐다. 흔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짜장면이 내게 깊은 추억을 새겼듯이 아빠와 함께 온 여자애도 가츠동 한 그릇이 따스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밥을 먹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삼시 세끼, 밥을 포기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 되고, 추억이 되는 것이 모든 밥집의 바람일 것이다.

 나 또한 '잇또라멘 식당'에 가자며 아빠 팔을 잡아끌던 여자애가 먼 훗날 우리 식당을 기억하며 따뜻해지기를, 아빠 엄마와 함께 먹는 가츠동 한 그릇이 행복한 그리움이 되기를 마음을 다해 바라게 됐다.

 밥집 두 달 만에 밥이 사랑과 같은 말이란 걸 알았으니 실로 밥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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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