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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지난 일주일 동안 많이도 허둥거렸다. 일을 하면서도 자주 실수를 저질렀고 숫자를 셈할 때마다 계산이 틀렸다. 아무것도 명확히 잡히지 않는 기간 내내 내가 왜 이럴까하고 반문했다. 난 그때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읽고 있었다.

한번 읽은 문장을 다시 되풀이해 읽으면서 난 이 난해하고 몽환적인 책을 원망하면서도 계속 읽어내려 애를 썼다.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들춰보며 리처드 세라의 '페르난두 페소아'란 조각품을 틈틈이 들여다보기도 했다.

슬픔과 비애의 집이라고 이름붙인 이 거대하며 지극히 단순하게 검은 조형물이 페소아의 무엇을 나타낸다는 것일까?

살아생전 무려 70개 이상의 이명(異名)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이 포르투갈 작가는 이명으로 써온 각각의 작품들에 다른 전기(傳記)를 만들었다.

목동 시인으로서 정신이 아닌 육안으로 전원시를 쓰다 26세에 사망한 카에이루가 있고, 삶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보며 거기에 절대로 물음을 던지지 말라던 의사 시인 레이스가 있었으며,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은 충동과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무상함이라는 극단적인 느낌을 오가던 캄푸스가 있다.

내가 읽던 '불안의 책'은 보조회계사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라는 이명으로 쓴 또 다른 페소아의 20년간의 일기이다. 그는 논리와 행동이 없이 감각으로만 세상을 보는 인물이며 '나'라는 존재의 구체성을 상실함으로써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해체시켜 나간다.

페소아는 왜 그의 정체성을 분절시키면서까지 자신을 조각 조각내며 살았던 것일까?

내가 지난 일주일간 허둥댄 이유를 곰곰이 생각했다. 플라톤식 원형에 대한 갈망과 원형을 잃어버린 시대에 내던져진 파편화된 삶, 그 간극이 날 불안케 했고 과연 그 거리를 메꾸기 위한 해답은 있을까하는 의문으로 내 머릿속이 복잡해졌던 것이다.

고대의 신화, 중세의 신, 근대 이념의 세계를 벗어난 현대의 자본적 삶은 모든 것이 분절된 자아로 남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지금의 시대에 원형이나 기원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심리학자 융도 우리의 정신이 분열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주체로서 살기 위한 현대인의 몸짓은 이제 그 한계에 닿았음에 틀림없다. 주체가 해체된 시대, 혹자는 '주체의 죽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분열된 자아로 해체된 '주체'가 불가피하게 대면해야할 것은 불안뿐이다. 페소아 스스로도 자신의 책을 '포르투갈에서 가장 슬픈 책'이라고 명명했던 이유는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러한 불안 때문이었을 거라고 난 짐작한다.

세라가 '페르난두 페소아'로 명한 조각품을 오랫동안 다시 보았다.

기념비적으로 우뚝 서있는 이 단조롭고 검은 물체는 인간이 평생 안고 살 수밖에 없는 슬픔과 불안에게 엄정한 위엄과 합당한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슬픔과 불안이 인간의 보편적 특징이니 그 느낌과 상황을 피하지 말고 품위 있고 담담하게 대하라는 메시지다.

삶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생각하는 그것이다. '나'라는 봉인을 벗겨 정체성이라는 강박을 벗어던질 때, 인생에서 더 많은 가능성과 더 다양한 놀이가 펼쳐질 수 있다는 걸 페소아는 70개가 넘는 이름으로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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