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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수필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해서 자작나무다. 숲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자지러지는 듯 했다. 순금 빛과 연두색 파스텔 톤으로 어우러진 자작나무숲의 이파리들이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시골처녀 '쟈오 디'가 하염없이 기다리는 자작나무 숲길에는 총각선생 '류오창이'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웃음만이 날리고 있었다.

하얀 나무기둥만 남은 겨울의 자작도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속으로 타 들어갔다. 텅 빈 들녘에 차갑게 몰아치는 눈바람과 얼어붙은 입김이 '쟈오 디'의 가슴을 기다림으로 하얗게 태워버렸다.

장예모 감독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듯 맑고 애잔했으며 아름다웠다. 엔딩 자막이 사라진 다음에도 영화 속 장면들이 그대로 남아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잠시 영화의 여운을 음미하며 앉아있는 동안 살아가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이 젊음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은 서정과 순정이 아닐까하는 반성이 생겼던 것이다.

내 초등학교 어린 시절의 겨울은 새로 받은 교과서의 책 냄새로 시작되었다. 빳빳한 종이를 설레며 넘길 때마다 폴폴 새어나오던 잉크냄새며 종이냄새가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좋았다. 책속에다 코를 박고 맡던 책 내음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책 수대로 맞춰서 새로 산 공책이며 연필은 더욱 더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연필을 깎을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 연필의 속살이 드러나면서 뿜어내던 싱긋한 나무냄새는 지금껏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며 냄새였다.

그 때의 기억때문인지 지금도 연필과 공책에 대한 내 욕심은 남달랐다. 간혹 남들이 펜이나 노트를 선물해줄 때면 지나치게 감격해 했었다.

청년기에 접어들 무렵, 내 꿈은 글씨가 부드럽게 써지는 파카 만년필을 원 없이 갖는 것이었다. 완행열차를 타고 낯선 곳에 도착해서 그 펜으로 그리운 사람들에게 엽서 한 장씩 써서 보내는 일이 내 로망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펜으로 꾹꾹 눌러썼던 추억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추억은 다 써버린 연필처럼 닳아 없어져 버리고 다 써버린 공책마냥 낡아져 버렸다.

이따금 책장 구석에서 세월이 변색시킨 먼지 묻은 노트를 발견할 때마다 종잇장처럼 가벼워져진 추억 때문에 가슴이 저려왔다.

나를 태워 나르던 완행열차도, 차창으로 스쳐가던 풍경도 사라졌다. 가끔씩 기차에서 내려 거닐던 간이역들의 코스모스와 하얗게 눈 덮인 철길도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았다. 그리워 가슴 설레며 아파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희미해졌다.

가끔 책갈피 속에서 툭 떨어져 내리는 잉크바랜 메모지들이나, 곱게 말라 바삭거리는 꽃잎이나 나뭇잎들, 책 여백에 미숙하게 휘갈겨 쓴 오래되고 낯익은 필적을 발견할 때도 어느 먼 이국의 땅을 헤아리는 듯 아득하기만 했었다.

그렇게 무디어지고, 잃어버리고, 망각하며 살아왔다.

연필의 속살 내음만으로도 행복해 하던 어릴 적 꿈, 지금은 이름도 잊은 낯선 시골이나 어느 어촌의 우체국에서 띄워 보낸 엽서들만으로도 풍요롭던 내 젊은 날의 꿈들은 어디론가 흩어져 찾을 길이 없었다.

쓸데없는 욕망으로 부풀어 올랐던 지나간 생애, 결국은 반질반질해지고 낡아져 비루해진 삶은 내용도 알 수 없는 노트위에 덕지덕지 덧칠하여 덧씌운 정체불명의 그림들이었다.

'당신을 기다리던 그 길을 당신이 죽어서도 함께 걷고 싶다'는 순정의 소망, '날 기다리던 당신의 처음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는 영화 대사를 떠올리며 이 헐벗은 겨울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하얀 도화지에 가장 엷은 물감만으로도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수채화를 떠올렸다,

가장 가난할 수 있을 때 가장 풍요로웠으므로, 이 겨울이 가장 가난한 수채화를 가장 풍요롭게 그릴 수 있는 계절이 될 것임을 난 예감했다. 그리고 꼭 그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사각거리는 연필을 깎고, 하얗고 깨끗한 노트하나 새로이 장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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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암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은 어디일까? 암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암환자와 가족들은 수술을 잘하면서도 진료비가 저렴하다면 최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암 수술 잘하고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 상위 20곳'을 발표했다. 충북대병원은 대장암 부분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진료비(451만원)를 기록, 1위에 올랐다. 거기다 위암·대장암·간암 수술 환자가 입원기간 중에 사망하거나 수술 후 30일 이내에 사망한 경우를 나타내는 '암수술사망률' 항목에서도 1등급을 인정받아, 명실 공히 가장 저렴하면서도 암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외과 중 '대장과 항문' 분야를 맡고 있는 충북대 이상전(59) 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장암 수술의 질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의학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합니다. 대장암 환자의 진료지침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검사, 수술, 보조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에 관한 지침이 나와 있지요. 이를 환자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면 됩니다. 즉 치료에 특별한 노하우나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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