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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1.29 17:40: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12월이 오고 있다. 거리에 나뒹굴던 마른잎사귀가 얼어붙는 계절이다.

도심의 포장도로에 어둠이 내리고 사람들은 그 길을 바쁘게 적시고 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은 제각각의 모습으로 서서 그들을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탑 사거리는 서로의 길들이 엇갈려 째깍거리며 흘러가고 나 홀로 서서 그 무심한 시간 속을 바라본다.

펄럭이는 깃발처럼 시작한 발걸음들이 그 그림자를 거둬들이는 지점, 하루의 시간 중에 가장 근원적이고 외로운 시간, 이 어스름의 영역에서 세상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가 하루의 고된 여행의 자전축을 바꾸기 위해 길고 깊은 정적을 드리운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마냥 도심은 무수한 실루엣들로 채워진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는 회한이 짙은 안개처럼 휩싸고 돈다. 일몰의 시간이 그렇고 12월이 그런 달이다.

지난 계절은 철마다 피어나던 형형색색 꽃의 색깔로 모든 거리들이 풍요로웠고 스쳐가는 숨결들이 달콤했다. 사람들의 얼굴마다 가득하던 웃음, 유리잔을 넘쳐흐르던 쌉쌀한 맥주거품과 얼굴 맞대며 함께 나누던 그윽한 커피한잔의 향기가 우릴 행복하고 아름답게 했다.

또한 지나간 계절 동안 헤집고 다닌 여행지를 추억한다. 통영과 거제의 쪽빛 바다, 하늘과 마주하고 누워있던 정선과 삼척의 지방도로, 황금빛 노을을 가득 품은 섬진강의 물결, 안개비 자욱한 문경새재 주흘산의 젖어있던 오솔길, 평화롭게 바람 불던 대관령 언덕길, 강원도 어느 해변의 아련한 밤 불빛, 검푸른 거친 파도 넘실대던 동해안 7번국도, 걸어도 걸어도 가 닿을 수 없던 그 길, 무수한 길들의 이어짐, 그래서 안타깝고 그립지 않은 길이 없으며 내가 거쳐 왔던 수많은 경유지와 우회로, 내가 머문 모든 장소와 여행지마다 나의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것이다.

도착한 여행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의 눈망울을 기억한다. 터질듯한 행복으로 말간 목젖이 보이도록 웃음 짓던 사람들, 일상의 안락을 그대로 옮겨온 듯 다정히 손잡고 거니는 부부나 연인들, 사랑하는 사람과 동행 못한 이들의 그 촉촉하고 쓸쓸한 눈가를, 삶의 애환으로 흔들리던 우수의 눈빛들을, 인적이 드문 그 모든 여행지마다에서 난 수많은 영혼들과 조우했다. 그 여행길에서 나는 너의 영혼이 되고 너는 나의 영혼이 되었다.

여행이 끝날 때쯤에 난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다른 영혼이 되고 다른 풍경의 일부가 되어 돌아왔다.

저녁어스름이 하루 동안의 고된 노동과 행복한 기억을 들추어보게 하듯이 12월은 모두의 뒤를 되돌아보게 한다. 12월은 한 해만에 머리칼이 하얗게 세어버린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거쳐 왔던 여행지만 동경하고 머무를 장소를 찾지 못한 외로운 이와 마주치기도 한다. 지난 계절에 판돈을 몽땅 날린 탕자의 낙심과 대면하고, 사랑을 상실한 이들의 애달픈 어깨 떨림을 바라보기도 한다. 길 잃어 상심한자가 집으로 돌아와 흐느끼며 포근히 잠들기도 한다.

머지않아 찬바람 부는 겨울, 한 사람의 생애가 땅속으로 내려가듯이 흰 눈이 가냘픈 숨소리마냥 고요하게 대지를 덮을 때, 그 흰 눈 내리는 희미한 소리가 장중한 울림으로 다가오게 되면 난 추억하게 될 것이다. 내 유일한 여행길에 함께 했던 이들, 내 영혼이 되었던 사람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이 아름답고 소중했음을. 그리하여 봄, 여름, 가을 세 개의 계절을 마냥 흘려보내고 겨울이 오면 딱 한번만이라도 그립다고 말하고 싶어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묻는다.

'한 해에 한번만 꽃이 피는 사랑의 봄을 향해 이 마지막 겨울에 제대로 가고 있냐?'고 '정녕 당신의 고독한 겨울 여행은 안녕하시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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