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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과거와 미래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영화 '백 투 더 퓨처'는 내 삶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은 영화다. 타임머신 드로리안만 있다면 어느 시간으로든 갈 수 있다는 설정만으로도 난 열광했었다.

'백 투 더 퓨처'를 본 20대부터 어언 30여년이 지났으니 나도 그동안 기나긴 시간여행을 해온 셈이다.

이 영화를 갑자기 떠올린 건 며칠 전부터 한 SNS의 타임라인에 수없이 꼬리를 무는 댓글 때문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내정 문재인 변호사'란 제목의 2003년 연합뉴스의 짤막한 기사였다. 19대 대선 6일전에 한 네티즌이 댓글을 달았다. "14년 뒤 미래에서 왔습니다. 꼭 대통령 되세요."

대선이 지난 며칠 후 이 댓글을 발견한 한 네티즌이 두 번째 댓글을 달면서 댓글 릴레이는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분은 나중에 대통령이 됩니다." "더 미래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높은 지지율로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이 됩니다." 등등 댓글을 읽는 동안 흥분한 네티즌들의 절절한 염원이 묻어났다.

급기야 "14년 뒤 미래 청와대입니다. 5년 뒤 미래에서도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라는 청와대 직원의 댓글까지 등장하니 가히 댓글놀이의 진수를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난 댓글을 하나씩 읽으면서 이제는 우리나라도 미래를 기약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국민들은 더 이상 나약하게 당하며 굴종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국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당당하게 승리한 기억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은 암울했다. 피로 일으켜 세운 6월 시민항쟁의 의미가 거의 반동수준으로 뒷걸음질 쳤고 민주주의는 큰 상처를 입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교육, 사회, 문화, 국방,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 시스템은 퇴행했다.

자칭 보수라고 말하지만 극우라고 불리는 정치권력은 국가의 의사결정까지 사유화했고, 공영방송은 실종되었다. 국무회의 자리에서 '배신의 정치'라는 천박한 수사까지 등장하는 걸 지켜봐야했다.

국가경영을 개인의 재산축적으로 치부하는 황당한 경우를 봐야했고, '통일은 대박'이라는 해괴한 용어를 자랑하면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통일을 가로막는 기가 막히는 상황을 견뎌내었다.

한 국가의 역사를 가족사로 미화하려는 비뚤어진 효도를 참아내야 했다. 스스로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비굴한 부역자들의 한심하고 비열한 작태까지 목격해야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헬조선'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국민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았고 결국 국민들이 승리했다.

비록 지난 정권이 아무런 정치철학 없이 대한민국을 10년 이상 후퇴시켰지만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20년 이상 진화했다. 뺄셈 덧셈을 하면 10년은 앞서갔으니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간디는 국가를 망치는 첫째 악덕으로 '철학 없는 정치'를 지적했다. 로마제국을 천 년간 지속케 한 힘은 국가철학의 힘이었다.

내게 타임머신 드로리안이 있다면 2천 년 전의 고대 로마 철인(哲人)왕 아우렐리우스를 만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법이 적용되는 국가, 평등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 무엇보다 피통치자의 자유를 제일 중시하는 국가가 가장 좋은 나라다"라는 문구가 적힌 '명상록'을 받아 새 정부에게 전달하고 싶다.

지난정부가 저지른 행태의 반대로만 해도 성공할 것이니 새 정부는 이 책이 불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난 또 간절하게 기다린다. 수십 년 후 내 손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이런 댓글을 다는 날을.

"아주 먼 옛날, 2017년 봄부터 장미향의 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은 매일 깔깔 대며 웃었다지요· 그 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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