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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1.15 18:06: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이십대를 시작하는 세상은 낯설었다. 기대한 것보다 지루했고 겉도는 외투를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난 그랬다. 호명만 받던 타율의 세계에서 홀로 자율로 가는 길은 새로울 것 없이 낡아보였다. 혼자 하숙방을 구하고 스스로 수강신청을 했고 강의시간 공백마다 한없이 이어지던 그 권태롭던 시간들만 놓여있었다. 대학 새내기들의 일상은 지루함과 어눌함을 벗어나려는 몸부림부터 시작되었다. 그 홀로이 버려져 있는 시간들을 채우기 위해 우르르 떼를 지어 캠퍼스 주변 당구장이나 학사주점, 음악다실로 몰려다니곤 했다.

이맘때가 되면 허허벌판에 서있듯 엉거주춤했던 나의 대학 신입생시절이 떠오른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약간의 불안과 기대로 설레며 대학생활을 기다리는 젊은이들 때문일 것이다. 그들을 보면 내가 그 이후로 참 오래도 멀리 걸어왔구나 하고 생각한다. 벌써 30년도 넘게 흘러왔으니 말이다.

그 시절, 내게 비틀즈가 없었다면 많이도 심심해했을 것이다. 눈 뜨자마자 '헤이 쥬드'나 '런 포 유어 라이프'등을 듣곤 했다. 혹은 '토미 로'의 디지(Dizzy)를 많이 들었던가. 그 노래들을 지금 들으면 해 뜰 무렵의 아침 내음이 배어나온다. 달콤하고 시큼한 레몬을 씹듯이 아련하게 아릿해지는 것이다.

학교로 가는 중에 무작정 조치원역으로 가서 부산행 완행열차를 타고 태종대와 을숙대를 헤매다 돌아오기도 하고, 배낭하나 달랑 메고 제주도로 무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생떽쥐페리의 소설들을 원서로 읽기 위해 한 학기 이상 불문과 강의를 몰래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그 시절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허둥대었던 것들이 이제와 보면 세상의 불확실한 예감에 홀로서기를 위한 나름의 모색작업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30여년의 시간의 풍화를 겪으면서 나와 주변사람들의 무수한 부침을 보아오며 살았다. 경제에서 10년을 주기로 하는 쥬글라파동(Juglar's waves)과 닮은 듯 개인의 삶도 10년마다의 한 파동 속에 호황, 불황, 침체, 회복의 네 국면을 갖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작은 결핍이나 상처들은 미세한 파동이었다. 기다릴 줄만 안다면 그러한 것들은 아물어 가면서 결국 큰 파동에 묻히고 만다는 진실도 깨달았다.

얼마 안 있으면 첫눈이 내리는 바람의 계절이 다가오고, 모두들 스무 살의 첫눈 내리던 날을 기억하곤 가슴 떨려할 것이다. 내일이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는 막연한 확신만 가진 중년들은 스무 살의 시선으로 목격했던 그 풋풋했던 시절, 눈꽃 속으로 지는 마지막 노을을 두려움과 설렘으로 바라보았던, 그 찬바람 불던 저녁어스름을 이제는 그리워한다.

되돌아보면 '사랑은 잘츠부르크의 암염과 같다'고 말한 스탕달의 말은 맞는 것 같다.

세월의 이끼가 바위덩이 같은 돌소금으로 변하는 지점, 암염은 지각변동으로 거대한 숲이 땅에 묻힌 후 생겨났다. 오랜 세월 어둡고 무거운 지층의 압력을 거친 후에야 나타난 소금덩이들, 그 투명하고 빛나는 결정체들은 부식과 숙성과 인고의 세월이 응축한 향기로운 결과물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삶을 사랑하는 것은 같은 이치어서 잘츠부르크의 암염처럼 시간의 세례를 이겨낸 견딤의 세월을 지나야만 향기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이 도래하는 것이리라. 스무 살의 겨울은 매혹적이나 미숙했다. 이제 십일월의 밤은 중년의 심정마냥 점점 깊어지고 길어진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설렘과 두려움으로 밤을 지새우는 요즘, 그 어둑한 밤에 나도 스무 살의 그 때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스스로 묻는다. 나를 삭혀 숙성시킬 것이 무엇으로 남았는지, 나는 나의 삶을,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했는지, 덜 사랑했는지, 아니면 아직도 사랑해야할, 사랑할 그 무엇이 남아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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