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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센 강 물길을 따라가는 바토무슈 유람선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선상에서 찍은 점등한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의 야경사진도 이어진다.

인천공항에서 파리까지 13시간이 걸리지만 그들이 부부가 되는데 꼬박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들은 어떠한 사랑의 시선으로 시작했을까. 서로의 시선 안에서 얼마나 눈부셔했을까. 이제 부부로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얼마만큼 깊어졌을까.

지난 10년간 그들이 거닐었던 무수한 거리와 캠퍼스, 여행길 바닷가는 달콤하고 애틋했을 것이다.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준 날 그는 수많은 시간을 골목의 어둠속에서 서성였을 것이다.

10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난 그들을 지켜보았다. 20대를 시작하던 무렵, 그 둘은 봄꽃처럼 화사했다. 그녀는 중간고사 기간 중에 내 집에 와서 깜빡 잠을 자기도 했고 라면을 삶아 먹기도 했다. 그는 비록 그녀보다 한 살 연하이지만 오빠처럼 염려하고 챙겨주었다.

셋이 함께 떠난 여행지마다 화보촬영 흉내를 내며 추억의 순간을 남긴 것이 내게 큰 추억이 되었다. 그들의 조연으로 동행한 시간들이 내게 이리도 큰 기쁨으로 머물 줄 몰랐다.

여행지에서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걷던 강가의 장미 길은 또 다른 추억거리로 내게 새겨졌다. 물가를 걸을 때마다 혹은 장미꽃을 볼 때마다 그 둘이 떠오를 것이다.

유달리 독립심과 자기주장이 강한 그들이었다. 그 둘이 가끔씩 티격태격할 때마다 나도 마음 졸였다. 그들이 사랑싸움을 할 때마다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어느 날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란 책을 건네주며 내가 말했다. "짜릿한 사랑의 감정이 지속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랑에도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엄연한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하도록 해라."

그 책을 일독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서로에게 날카롭던 구석이 차츰 지워져가며 둥글둥글해졌다. 먼저 상대방을 이해하려 했고 서로 양보했다. 자기 뜻대로 상대를 바꾸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왔다. 그러더니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둘이 그제 부부가 되어 신혼여행을 떠났고 나와 아내는 꼭두새벽부터 그들의 신혼집을 청소했다.

결혼식의 피로가 남았지만 아내와 나는 그 둘이 이 집에서 재미있게 살기를,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 주기를, 알콩달콩한 행복을 꾸려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쓸고 또 닦았다.

결혼생활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인생자체가 되돌릴 수 없는 편도여행이며, 리허설 없는 실전만 있기 때문이다. 신혼의 아들부부에게 두 마디만은 꼭 해주고 싶다.

신랑은 장인의 아들로, 신부는 시부모의 딸로 새롭게 태어났음을 명심하는 것이 첫째이다. 세상의 삿된 말에 괘념치 말고 새 아들과 딸로 시작하면 결혼생활의 반은 성공하리라 믿는다.

세상 사람이 두 부류임을 깨우치는 것이 두 번째다. 상대를 완전하게 만드는 사람이거나 불완전하게 망치는 사람. 건강하게 챙기는 사람이거나 아프게 하는 사람. 기쁘게 해 주는 사람이거나 슬프게 만드는 사람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부족해도 배우자를 완전하게, 건강하게, 기쁘게 해주려고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노력하다 보면 삶은 예행연습 없이도 성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파리에 있는 동안 아들부부가 센 강이 보이는 오르세 미술관에 들렀으면 좋겠다. 모네나 르누아르, 드가의 작품을 보면서 인생이 인상파 화가의 그림처럼 얼마나 아름답고 빛나는 명품이 될 수 있는지 느꼈으면 한다. 이미 둘은 충분히 눈부시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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