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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03.08 18:02:4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장정환

한전충북본부 홍보실장

내 업무가 홍보일이다 보니 출근하자마자 일간지 10여개를 매일 본다. 먼저 헤드라인과 회사관련 기사를 읽고 난 후 그 날의 메인 사진을 찾아본다. 주요 이슈와 사람들의 관심사, 계절별 흐름까지 한눈에 파악하게 하는 것은 톱뉴스 뿐 아니라 조간 1면에 실린 메인사진의 몫이다. 세상살이가 비슷하듯이 언론사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기사도 매양 대동소이하며 게재되는 사진도 거의가 동일한 주제나 유사한 장면이다. 그런데 어느 날 뭔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얼핏 보면 닮은 사진 같지만 사진의 앵글이나 구도, 모티브, 인물의 표정, 명암의 강도 등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관점과 타이밍의 미묘한 차별성!. 그 발견(?) 이후로 매일 아침 각 일간지별로 사진을 비교해 보는 재미있는 습관이 생겼다.

신문에 종종 인상 깊은 보도사진을 싣는 사진기자 한 명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식당과의 짧은 거리, 칼국수 한 그릇 먹을 시간동안에도 그 기자는 카메라를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원고지 10매 분량의 기사보다도 더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사진 한 장의 힘, 반세기 넘게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포착했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떠올리게 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숨을 죽이고 모든 능력을 집중해서 스치듯 지나가는 현실을 포착하는 것, 생명을 느끼는 환희의 순간, 당신이 지닌 감성, 시선, 지성에 조준을 하는 것이다.' 브레송의 말이다. 같은 풍경과 피사체를 찍어도 사람마다 결과물이 달리 나온다. 자기가 찍고 싶은 것, 찍을 수 있는 부분만 찍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다보면 화면구성이 복잡하게 된다. 훈련을 거치지 않으면 허술한 구도만 잡게 된다. 준비하지 않으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할 수가 없다. 뷰파인더로 풍경을 바라보고 구도를 잡아 사진을 찍는 일이 세상사는 일과 닮았다. 사진의 셔터찬스를 기다리는 것은 삶의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와 다름없다.

가끔 주변지인들이나 직장 동료들의 사진을 찍는다. 인화를 해서 사진을 나눠주다 보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이쁜 것들만 좋아해 가지고". 예쁜 사람들만 많이 찍어주었다는 원망이다. 카메라 렌즈가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기일이나 놀이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사람, 자신 있고 당당한 사람, 긍지가 있는 사람, 혹은 카메라를 좋아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당연히 카메라 렌즈가 자주 찾게 된다. 주뼛거리며 주춤거리는 사람, 멀찍이서 경계하는 사람은 렌즈가 멀리한다. 그러한 피사체는 핀트가 맞지 않은 흐릿한 모습으로 찍히며 사진 속 주인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우리 모두는 바라보는 자이면서 동시에 바라보이는 대상인 것이다. 즉, 카메라 렌즈이면서 피사체이다.

우리는 늘 멋진 풍경, 감동적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많은 장면을 놓치고는 아쉬워한다. 카메라는 인간의 확장이다. 기회 날 때마다 셔터를 눌러보자. 셔터를 누르는 횟수만큼 감성이 풍부해지고 점점 세상이 사랑스러워지고 섬세하게 보인다. 비싼 카메라나 렌즈가 멋진 사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똑딱이 카메라 사진으로 성공적인 전시회를 여는 사람도 많다. 꾸며낸 억지스런 사진은 오히려 거짓된 진실이다. 가장 좋은 사진은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며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을 한 컷으로 잡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것을 찍는 것. 그것은 바람결에 떨리는 이슬 머금은 연꽃, 보랏빛으로 채색되는 새벽녘의 풍광, 사랑하는 사람의 체취가 흠뻑 묻은 소박한 이야기를 자주, 더 많이, 따스하게 담아두는 일이다. 찰칵! 순간에서 영원으로 공명하는 상쾌한 소리. 지금이 바로 셔터를 누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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