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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한전 충북본부 홍보실장

엽기적이다. 아름답다. '벌 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를 다시 읽고 단 두 마디로 요약된 소감이다.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유럽 금융 붕괴를 거쳐 세계 불황의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갑자기 신화의 나라 그리스에 대해 궁금해졌다. 올리브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지중해성 바닷바람, 황금빛으로 빛나는 오렌지향을 맡으며 이오니아해(海)와 에게해에 둘러싸인 그 대지를 종횡 무진하는 그리스 신들을 만나는 일은 흥미로웠다.

그리스는 고대 이스라엘의 구약성서에 뿌리를 둔 헤브라이즘과 함께 서양정신의 양대 산맥인 헬레니즘 문명을 꽃피웠다. 근대 영국에서 구축한 민주정치를 약 3천년전에 폴리스를 통해 이룩했고, 알렉산드로스를 통해 중동과 서남아시아까지 그 영역을 망라했던 대제국이었다. 아직까지 서구 정신세계와 문화, 예술 모든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깊이가 읽는 내내 느껴졌다. 메두사의 문양이 세계적 명품 베르사체의 트레이드 마크이고, 미국의 유명한 스포츠브랜드 나이키가 그리스 승리의 신 니케이다. 그리스 신화의 영향은 수천년을 횡단하여 지금껏 우리도 모르게 함께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은유와 상징으로 시공을 가로지르는 그리스의 신화 중에서 유독 엽기적으로 생각되는 것은 신이 내리는 형벌의 영속성이다. 눈앞에 물과 음식이 있어도 다가가기만 하면 달아나버려 영원한 갈증과 허기에 시달리는 탄탈로스, 밤에는 간이 돋아나지만 낮에는 독수리에게 산 채로 매일 간을 뜯어 먹히는 프로메테우스, 영원히 불바퀴에 달린 채로 공중제비를 해야 하는 이크시온,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물을 채워야하는 다나오스의 딸들, 저승의 산꼭대기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하는 시지프스, 측량할 길 없는 시간, 영원히 되풀이되는 그 잔인한 고통은 우리에게 던지는 3천년 전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다.

이와 달리 지중해의 향제비꽃 향내를 그윽하게 풍기며 풍부한 서사를 펼치는 그리스 신화속의 수많은 연인들은 각자의 러브스토리로 삶의 복잡다난함과 생동감, 아름다움을 더해주었다.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게 한 파리스와 헬레나, 아프로디테와 전쟁의 신 아레스, 비극적인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슬픈 노래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제우스와 헤라, 오디세우스와 정절의 페넬로페, 에로스(큐피드)와 프시케 등등이 보여준 사랑과 미움, 유혹과 질투, 정절과 배신, 이별과 그리움의 서사는 오늘날까지 모든 유형의 사람들의 삶의 단면들을 관통하고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3천년 전이나 지금의 21세기나 사람 사는 모습은 매양 똑같았다. 수천년간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들의 생을 거쳐 오는 동안 똑같은 신화의 모습이 재현되고 동일한 질문이 계속되어 왔다. 인간의 이성이 모든 만물의 이치를 규명했다고 하나 인간 각자의 실존은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다시 굴러 내릴 것을 알면서도 무거운 바위를 언덕 위로 끌어올리는 시지프스처럼, 밑바닥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독에 물을 붓는 다나오스의 딸들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부조리와 비합리와 우연성의 운명을 결연하게 거스르고자 한다.

신탁의 금기를 깬 이 세상의 모든 프시케는 에로스와의 사랑의 완성을 위해 모든 시험과 시련을 감내해 내고, 이 세상의 모든 에로스들은 지금도 고난 속을 배회하며 그의 프시케를 향해 열정을 아끼지 않는다. 나비의 영혼이 되는 에로스와 프시케, 그들의 아름다운 날개짓은 갖은 역경과 아픔을 통해 정화된 '기쁨'이라는 결실이다.

동서고금의 수많은 시지프스의 몸짓이 지금의 문명이라는 무수한 길과 물줄기를 만들었으리라. 이 세상의 모든 에로스와 프시케들의 행보가 수백, 수천년간 아들의 아들, 그 아들들이 살아가는 미래의 문명을 만들고 역사가 될 것이다. 아니면 또 다른 아름답고 풍요로운 신화가 되어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의 입에서 길이길이 회자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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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名醫)를 찾아서 - 충북대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상전 교수

[충북일보]암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은 어디일까? 암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암환자와 가족들은 수술을 잘하면서도 진료비가 저렴하다면 최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암 수술 잘하고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 상위 20곳'을 발표했다. 충북대병원은 대장암 부분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진료비(451만원)를 기록, 1위에 올랐다. 거기다 위암·대장암·간암 수술 환자가 입원기간 중에 사망하거나 수술 후 30일 이내에 사망한 경우를 나타내는 '암수술사망률' 항목에서도 1등급을 인정받아, 명실 공히 가장 저렴하면서도 암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외과 중 '대장과 항문' 분야를 맡고 있는 충북대 이상전(59) 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장암 수술의 질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의학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합니다. 대장암 환자의 진료지침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검사, 수술, 보조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에 관한 지침이 나와 있지요. 이를 환자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면 됩니다. 즉 치료에 특별한 노하우나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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