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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수필가

꼭 일 년 걸렸다. 먼지바람만 불던 허허벌판이 번듯한 학교로 바뀌었다. 멋스런 건물과 운동장, 조경수들까지 조화롭게 심고 나니 제법 그럴듯했다.

이곳 행정도시는 정원보다 신입학생 수가 넘쳐 부랴부랴 조성된 학교였다. 터 파기부터 골조 올리기, 콘크리트 타설 등 모든 공정을 집 창밖으로 바라보며 지낸 지나간 일 년을 생각하니 내 일처럼 감개무량해졌다.

모두들 준공일정을 걱정하는 듯 했으나 난 장담했고 믿었다. 세계 최고의 건축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이질 않은가. 어제까지 학교곳곳에 쌓여있던 공사 잔해물이 말끔히 치워지고 입학식을 앞둔 몇몇 궁금한 학부모들이 두리번거리며 학교를 둘러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식만큼 가슴 설레고 행복한 날이 어디 있을까. 왼쪽가슴에 하얀 손수건을 달고 담임선생님이 잡고 있던 노란깃발을 졸졸 따라다니던 내 어릴 적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뛴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날 대견한 듯 바라보던 부모님의 얼굴까지 떠올리면 아련한 추억에 가슴이 저려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시절에 겪었던 또 하나의 가슴 아프고 슬펐던 기억을 떠올리곤 잠시 씁쓸해졌다. 내 생애 최초의 절망이라고 하면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 당시의 난 그랬다.

3학년 종업식이었다. 성적표가 이상했다. 내가 예상한 석차가 아니어서 어리둥절했다. 동무들과 수군거리며 성적표를 돌려보다가 깜짝 놀랐다. 중간성적도 안되던 한 친구의 석차가 무려 10여명을 가로질러 내 앞에 떡 버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린마음에도 모두들 탄식을 했고 술렁거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때 집에 돌아와서 몰래 울었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에게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나보다도 더 속상해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검은 지프차를 타고 학교를 들락거리던 그 애 어머니의 모습과 담임선생님의 얼굴이 그토록 미울 수가 없었고, 하늘같던 선생님도 경멸할 수가 있다는 사실은 날 혼란스럽게 했었다.

그러나 그 일로 난 인생의 교훈 하나를 일찌감치 깨닫고 성숙해졌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확실한 1등을 하거나,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일기장에 다짐을 했던 것이다. 그 덕에 4학년부터는 계속 1, 2등을 유지했고 줄곧 반장을 맡았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고향 예식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나르던 새치기 그 친구를 우연히 마주쳤다. 그 친구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광산이 문을 닫고 대학도 포기한 채 예식장 식당종업원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리숙하던 오래전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이후로 난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식의 제로섬(Zero-sum)의 사회구조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었다.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에게는 손해가 된다는 제로섬사회는 인류가 바라는 바람직한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해졌던 것이다.

몇 년 전 로버트 라이트의 '넌제로(Nonzero)'란 책이 나왔을 때 며칠 밤을 읽으면서 열광했던 적이 있었다.

"착취, 독재, 권력 확대의 성향이 인간의 본성이라 할지라도 그와 같은 성향에 굴복하는 사회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필연코 서로를 이롭게 하는 넌제로 원리로 회귀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와 생명에 방향성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에게 해를 주지 않고 이득이 되는 쪽으로 진화하는 것일 터였다.

내일부터 노란 병아리처럼 해맑고 귀여운 어린이들이 집 앞으로 종종거리며 뛰어다닐 것을 생각하면 그저 기쁘다.

그 애들의 설레고 즐거운 마음들이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게 이어가게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이리라. 그 애들의 행복이 우리의 밝은 미래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입학하는 모든 어린이들에게 마음 깊이 축하와 사랑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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