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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에세이스트

12월의 아프리카 하늘은 어떤 색깔이며 대지는 무슨 냄새가 날까요?

한겨울 보름달 아래서 나는 먼 열사의 아프리카를 떠올립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아프리카의 광대한 지평선을 가로질러 달리는 코끼리떼를 생각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큰 육상동물인 우람한 코끼리를 당장 만날 수만 있다면, 붉은 진흙을 온몸에 묻힌 채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뿌우뿌 소리를 지르며 달리는 코끼리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내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았습니다.

코끼리 선생, 더운 김을 내뿜으며 내달리는 당당한 당신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동물원에 가보라고요? 그러고 보니 당신을 처음 본 것도 동물원에서였지요. 내가 어릴 때 동물원이라는 곳에서 본 코끼리 선생과 그 옆에서 서성거리던 키 큰 기린을 생각하면 지금도 설렙니다.

당신의 당당한 모습과 기린의 우아한 자태에 매료되었을 때 난 오히려 인간종의 왜소함과 자만심이 부끄러웠습니다.

공허한 눈빛으로 쇠창살 안에서 인간이 던져주는 먹이로 연명하는 사자들, 차가운 시멘트 바닥위에 하릴없이 엎드려있는 곰이나 호랑이들, 불안정한 움직임으로 안절부절못하는 늑대와 여우들을 보았을 때, 난 인간이란 이름으로 고통 없이 그들을 마주할 수가 없었습니다.

난 이제 창살 속의 무력한 동물을 보러 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모습을 더더욱 볼 수가 없습니다.

친애하는 코끼리 선생! 사실 이 호칭은 '로맹가리'라는 작가가 당신을 부를 때 쓰던 말입니다.

그 양반이 코끼리당신을 우리의 마지막 순수이며 개인이라고 선언했을 때 난 우리 셋이 친구가 된 듯이 기뻤습니다.

오직 코끼리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가 들려줬을 때는 그 양반의 말대로 '무한한 자유의 메아리와 복종과 굴종의 종말을 알리는' 코끼리의 발자국소리가 웅혼하게 울려 왔습니다.

그랬습니다. 그가 지키려고 한 것은 코끼리였으나 결국은 인간적 가치, 인간이 지켜야 하는 존엄성과 인간다움과 자유였습니다.

인간의 존엄도 코끼리의 권리와 같다고 말한 당신 친구를 존경합니다. 비록 '편협하고 억눌리고 통제되고 분류되어 불만에 찬 우리의 삶'일지언정 모든 장애를 뚫고 친애하는 당신을 끝까지 지키려 했기 때문입니다.

코끼리씨! 조지 레이코프라는 양반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말했다지요. 우매한 프레임권력의 올무에 걸려들지 말라는 경고인가요? 어린왕자가 그린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모자로 보이기도 하지요.

난 요즘 답답하고 모욕을 당한 듯 불쾌합니다. 우리를 동물원 울타리에 가두듯이 자신들의 얄팍한 통치프레임에 가두려는 이 행성의 위정자들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사육할 수 있는 코끼리처럼 취급하다니 정말 가소롭군요. 제 말이 과했나요? 오죽하면 돌겠다고 분노의 헛말을 지껄이겠습니까?

당신의 귀가 아프리카 대륙의 형태와 같다고요? 바윗덩이 같은 회색몸통은 어머니 대지의 모습을 닮았다지요? 우레 소리를 내며 드넓은 아프리카 평원을 경이롭게 내달리는 친애하는 코끼리 선생을 난 끝까지 응원하며 지켜낼 겁니다.

왜냐고요? 존엄을 잃은 인간은 뿌리 죽은 나무와 같다고 하잖아요. 우리의 존엄과 야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친애하는 코끼리씨를 꼭 생생하게 살려야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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