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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수필가

그를 마주칠 때마다 하나의 세계를 거니는 듯 했다. 잔잔한 물결이 반짝이는 가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듯 아득했고,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들판을 가로지르는 듯 넉넉했다. 60개의 위성을 거느린 토성처럼 늠름하고 빛이 났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애의 눈에 아직 세상은 모호하고 불안했다. 여름 소나기가 촘촘한 사선이 되어 심한 바람과 함께 비껴갔다. 교실창밖으로 나뭇잎들이 아우성을 쳤고 나무들은 무릎을 꺾었다가 간신히 일어섰다. 그래도 그가 있어 편안하고 든든했다.

교육대를 갓 졸업한 20대의 젊은 담임은 글씨를 멋지게 쓰고 있었다. 칠판에 반듯반듯하게 써내려간 글자들은 그의 심성을 닮은 듯 올곧고 힘이 있었다.

내 나이 50이 넘은 지금까지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 윤곽이며 선한 눈빛, 단정한 걸음걸이는 필시 그와의 지극히 사적이고 비밀스런 추억 때문일 것이다.

어느 날 60여명의 급우들에게 거둬 두었던 월사금이 사라졌다. 순진하게 서랍도 없는 책상에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반장인 내 책임이 막중했다.

세상이 끝장난 듯 온 몸의 감각이 마비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순간 내 뺨에 번쩍하고 불이 났다. 그때 난 보았다. 당황해 하던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너무나 실망스럽고 화가 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올라간 손이었다.

담임은 어쩔 줄 몰라 했고 후회의 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당연히 벌을 받고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로 어떠했던가· 담임은 나만 보면 깊고 무구한 눈길로 쳐다보며 미안해했다. 오히려 내가 괜찮다고 도닥이며 위로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거의 반년이 지나고 이른 봄의 찬바람이 창틀을 마구 때리던 5학년 종업식 때였다. 담임은 마무리 말을 마치고 창밖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모두들 봄방학의 들뜬 기분으로 어수선했고 책가방을 싸기에 바빴다. 난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옆얼굴로 반짝이며 보이던 담임의 한 줄기 눈물, 그는 울고 있었다.

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왔고 먹먹해졌다.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었다. 그 때 갑자기 담임이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슬로모션처럼 아주 크게 씩 웃어 주었다.

그 때의 반짝이며 흘러내리던 담임의 촉촉한 눈물과 큰 웃음이 지금도 생생했다. 그 눈물과 큰 웃음이 내 삶이 주춤거릴 때마다 내내 길을 밝혀주는 표식이 되어왔음을 지금 깨달았다.

내 생애동안 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나쳐 왔던가. 놀이동무부터 학교, 사회, 직장친구, 업무상 만난 사람들, 이웃들, 가족까지 수백, 수천, 아니 수만의 사람들과 만나왔다.

그 모든 사람들이 내 삶에 관여하고 스며들었다. 사람들로 인해 행복해하고 사람들에게 할퀴고 상처받았다. 사람들이 있어 덜 외로웠고 사람 때문에 또 외로웠다. 사람을 통해 성장했고 사람을 이유로 실패도 했다.

결국 내 삶은 내가 만나고 섞인 사람들과 다름 아니었다.

되돌아보면 내가 만난 사람들 모두 하나씩의 풍경이 되어 내 기억에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드넓은 지평선처럼 마구 달려가고픈 풍경이 있고, 황폐해진 폐허나 악취 나는 장소마냥 빨리 외면하고픈 풍경도 있었다.

울타리를 부셔버리고 싶도록 숨 막히게 무력해지는 풍경, 일본정원처럼 가식적이고 인위적인 풍경이 있고, 거친 들판에 야생화 만발한 바람과 자연의 풍경이 있었다.

차변과 대변만 맞추는 회계장부의 풍경, 마른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의 건조한 풍경, 찐득한 점액의 빈정거림과 불평만 있는 풍경, 물기 축축한 슬픔으로 고여 있는 풍경, 하지만 꽃향기 그윽하고 화사했던 풍경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어린 시절 한 젊은 남자가 있는 풍경은 내가 행복을 통과하는 지점이었다. 그 풍경이 수십 년간 내 삶의 거울이 되어 나를 이끌었다.

사람이 풍경이 되고, 나도 누군가의 풍경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그는, 지금도 가장 아름답고 따스한 풍경으로 남아 나를 들뜨고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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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암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병원은 어디일까? 암 치료비로 인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암환자와 가족들은 수술을 잘하면서도 진료비가 저렴하다면 최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암 수술 잘하고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 상위 20곳'을 발표했다. 충북대병원은 대장암 부분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진료비(451만원)를 기록, 1위에 올랐다. 거기다 위암·대장암·간암 수술 환자가 입원기간 중에 사망하거나 수술 후 30일 이내에 사망한 경우를 나타내는 '암수술사망률' 항목에서도 1등급을 인정받아, 명실 공히 가장 저렴하면서도 암수술을 잘하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외과 중 '대장과 항문' 분야를 맡고 있는 충북대 이상전(59) 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장암 수술의 질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합니다. 이제 우리나라 의학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합니다. 대장암 환자의 진료지침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검사, 수술, 보조치료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에 관한 지침이 나와 있지요. 이를 환자의 사정에 맞게 적절히 적용하면 됩니다. 즉 치료에 특별한 노하우나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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