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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한전 충북본부 홍보실장

연어가 돌아온다. 연어는 섬진강 어느 하천 어귀에서 태어나 북태평양 베링해와 캄차카 반도에 나가 살다가 성어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장장 4만 킬로미터의 바다를 회유하여 여행하면서 지금 당당하게 모천(母川)인 섬진강으로 회귀하고 있다.

섬진강으로 돌아오기 위해 거친 물살과 소용돌이를 거슬러 3미터나 되는 폭포도 뛰어넘는 힘찬 연어의 몸짓. 난 그 길고 먼 여정의 끝을 보고 싶었다.

한걸음에 차를 몰아 구례에서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하동포구로 가는 19번 국도에 올랐다.

지리산 산자락의 출렁임을 따라 섬진강의 물길도 굽이돈다. 강변의 나뭇잎들은 여름동안의 풍요를 떨쳐버리고 모든 것을 버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연어가 산란을 위해 온몸에 울긋불긋한 붉은 반점을 새기며 마지막 일생을 마감하듯 가을의 나무들도 자신들을 위한 마지막 헌화를 그 붉고 노란 색깔로 장식하고 있었다. 거센 바람에 일렁이는 하늘과 물길과 나뭇잎들이 말간 햇빛을 투과했다. 빛의 미립자들이 미세한 파동으로 반짝이며 흔들렸다. 가을산하와 물결의 빛은 손으로 건드리면 쨍그랑하며 깨질 듯 투명하다. 가을길에서 대면한 풍경은 완숙과 조락의 계면을 오가며 나를 처연하고 난감하게 했다.

연어는 보이지 않았다. 어업생태연구소에서 회귀연어의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쳐놓은 그물은 텅 비어 있었다. 그물 주변에는 나들이 온 어린아이들만 깔깔대며 뛰놀고 있었다. 아마도 연어를 보려면 이 섬진강변의 길목에서 며칠밤낮을 기다려야 하리라.

"난 도대체 왜 이 텅 빈 그물을 보려고 여기까지 달려왔던 것일까·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보며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로맹가리'의 새들이 페루에 가서 죽는 이유를 모르듯 연어가 섬진강으로 되돌아오는 까닭도 알 수 없는 것일까? 모두들 무엇을 위해 길을 떠나고 길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은 후 돌아오는 것일까?"머리 속은 상념으로 가득 찼다.

"그 새는 자기 몸을 쳐서 건너간다. 자기를 매질하여 일생일대의 물 위를 날아가는 그 새는 이 바다와 닿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있는, 다만 머언, 또 다른 연안으로 가고 있다."황지우 시인의 '오늘날 잠언의 바다 위를 나는'새의 심정이 이러했으리라.

그 많은 새들이 건너가는 하늘이 그들의 길이듯이 연어의 길은 망망대해의 검푸른 바다였다. 연어는 그 길 위에서 살고 성장하였으며 돌아오려 한다. 이해 못할 도저한 그리움이 마지막 길로 연어의 회귀를 이끌고 자신의 소임을 다한 후 연어는 소멸할 것이다.

지리산 자락의 길, 섬진강 연변마다 단풍을 닮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길마다 기꺼운 웃음으로 나부대는 사람들의 행렬. 사람의 행렬이 또 다른 행렬을 호출하여 간단없이 이어진다. 이 길이 있어 그들이 함께 할 수가 있고 서로 이어진다. 하나의 점이 선과 면으로 연결된다. 그들 모두 이 길 위에 머물다 각자의 정주지를 향해 되돌아갈 것이다. 그 까닭에 나나 너나 우리 모두 연어다. 외로움으로 인해 길로 뛰쳐나왔으나 그리움을 향해 되돌아간다. 그것이 고향이든, 추억이든, 사랑이든, 이상이든, 예술이든, 고독이든, 죽음이든 그 모든 그리움에 가닿기 위해 쉼 없이 거슬러 오른다.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부터 시작된 바위덩이들이 하동포구 백사장의 모래톱이 되어 촘촘히 쌓여있었다. 가을 섬진강에서 연어는 보지 못했다. 나는 언제 또 다시 강원도 정선 길이나 남해포구로 달려갈지 모르겠다. 아니면 북태평양 알래스카로부터 거침없이 유영해오는 연어를 맞이하기 위해 양양 남대천으로 또 다시 뛰쳐나갈지도 알 수 없다. 이 헐겁고 투명해진 가을, 나의 삶을 거침없이 거슬러 헤엄쳐가게 만드는 이 그리움의 정체는 정녕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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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