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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수필가

별빛이 심장처럼 파닥거렸다. 이건 고흐식 표현이다.

일 때문에 밀양의 산 정상에 올랐고 새벽 두시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노란 보름달이 팽팽했고 눈이 시리도록 하얀 별빛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 가운데 일곱 개의 별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큰곰자리 꼬리가 보였다. 북두칠성이었고, 그 옆에 카시오페아도 다소곳한 자태로 앉아있었다. 은하수를 배경으로 우람한 북극성도 광채를 발하고 있을 터였다.

어릴 때 본 이후로 한 번도 올려다 본적이 없는 별자리였다.

'빈센트 반 고흐'도 아를의 론강에서 이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나와 같은 경이감으로 별빛을 그렸을 거였다.

영혼이 물감처럼 하늘로 번져간 고흐의 그림,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던 그의 그림, 밤이 낮보다 더 풍부한 색을 보여준다며 광기로 갈급해하던 그였다.

강렬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으로 물든 밤, 어떤 별들은 불처럼 붉었고 레몬빛, 물망초빛을 띠었다. 밤하늘은 청록색, 물은 짙은 감청, 대지는 엷은 보라색, 수면위로 잔잔하게 흐르던 노란색 가스등 불빛, 그 위로 어우러져 흐르던 일곱 개 섬광, 가끔씩 화첩을 펼치며 그 북두칠성을 바라보는 일이 내겐 즐거움이었다.

하늘 가득 점점이 박혀있는 별들 중에서 유독 선명한 북두칠성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별빛이 어리는 론강 앞에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걷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었다. 다정하게 팔짱낀 두 남녀는 부부이기도 연인 같기도 하지만 내겐 그들의 정체와 행적이 더 궁금했었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서 보내는 편지에 "고통스러운 것들은 저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다"고 한 그 말 때문인지도 몰랐다.

새벽에 깨어 북두칠성을 바라보는 동안 고흐의 그림 속 별들이 왜 그렇게도 어지러운 급류로 소용돌이치고, 현란하게 빙글빙글 휘몰아치는지, 보름달 속에 왜 초승달은 꿈틀거리며, 달은 왜 태양보다도 더 이글거리며 노란불빛에 휩싸여 있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것만 같았다.

비밀스런 태양이 뜨는 곳, 그 말뜻이 은밀하고 매혹적인 이 밀양(密陽)에서 난 130억 년 전 우주의 빅뱅에서부터 시작하여 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를 생각하곤 잠시 아득해졌던 것이다.

수 백 만년 혹은 수 억 년을 타오르던 별들도 어느 순간 생명을 다해 별자리의 목록에서 사라져갔다.

우주가 생겨난 이래로 지구의 나이를 하루로 칠 때 인류의 나이는 고작 2분뿐이라고 했다. 빅 히스토리의 거대한 시간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찰나의 한 호흡에 불과했다.

별빛 속에서 한 호흡에도 못 미치는 내 생애의 전환점들을 돌이켜봤다.

한 때는 거칠게 날뛰는 바람처럼 나를 주체할 수 없었고, 더욱 더 성장하고 성숙되고 싶었으나 더 추락하고 더 부침하고도 싶었다. 경탄하고 사랑하고 뜨거워지고 싶어 했으나 얼음처럼 차갑고 싶어 했고, 저녁햇살처럼 고요하고 부드럽고자 했으나, 처연하게 뒤틀리고도 싶었다.

고작 인류의 나이가 2분뿐인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찰나의 순간마다 대책 없이 소용돌이치고, 휘몰아치고, 꿈틀거리며, 이글거렸던 것이다.

내가 갈망하던 모든 욕망의 지점, 그 경계가 내 삶의 임계국면(threshold)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임계국면이 바로지금 이 순간인 셈이었다. 달리 보면 모든 임계국면이 또 다른 출발점이기도 했다.

밤새 반짝이던 북두칠성도 이제 비밀스런 태양 속으로 빛을 떨구었다. 이 순간에도 우주의 집, 지구의 한 끝에서 누구는 행복하지만, 누구는 눈물 흘리고, 또 누구는 고통스러워할 거였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은 모두들 빛을 뿜어내고 있다. 비틀거리며 걷고 있더라도 저 하늘 어디선가 별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꿈을 꿀 수 있고 찰나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채로 저마다의 오욕칠정(五慾七情)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심장처럼 파닥이는 별빛을 기다리며, 아니면 자기 나름대로 별빛이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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