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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환

한전 충북본부 홍보실장

3만년이 넘었다고 했다. 하얗고 단아한 자태의 네 송이 꽃잎, 패랭이꽃이었다.

아침신문을 펼쳐들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꽃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시베리아 동토에서 3만년동안 얼어있던 씨앗으로 러시아 생물학 연구팀이 개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난 그 3만년의 시간대를 가늠하느라 잠시 동안 멍하니 앉아있었다. 도대체 3만년이란 어느 정도의 시간일까·

그 화제의 패랭이꽃을 더 자세히 보기위해 우선 사진을 인쇄해 두었다. 또 다른 모양의 분홍색 패랭이꽃도 칼라로 몇 개 더 인쇄하여 책상 앞에 붙여놓고 시간 날 때마다 쳐다보았다. 인터넷을 통해 패랭이꽃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았다. 패랭이꽃은 돌 틈에서 싹을 틔우는 대나무란 뜻의 석죽(石竹) 또는 산죽이라 불릴 정도로 원래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패랭이꽃의 씨는 매우 작기 때문에 약한 바람에도 사방팔방으로 널리 퍼지고, 바위틈처럼 메마르고 척박한 곳에서도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지금까지 부활시킨 가장 오래된 고대식물은 2천년된 야자 씨앗이고, 중국 과학자들은 천 3백년 전의 연꽃 씨앗으로 꽃을 피워냈다고 한다. 이번에 개화시킨 패랭이꽃으로 멸종된 식물이나 동물의 복원에 큰 진전이 있을 거라고도 했다. 아마도 영화 '쥬라기공원'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유전정보의 매개체로 작용하는 DNA, 모든 생물이 스스로 행동하고 조절하게 만드는 이 DNA의 수가 동물보다 식물이 많다는 것을 언젠가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식물은 햇빛과 산소와 물로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간다. 게다가 한 자리에 고정된 채로 유전자를 번식시켜야 한다. 동물에게 대책 없이 먹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하고, 이웃하고 있는 키 큰 나무들이나 성가신 잡풀들하고도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동물보다 복잡한 메카니즘의 유전자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식물이 동물보다 한수 위라는 얘기가 된다.

이 패랭이꽃 사진 한 장으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발동하였다. 작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어 출간된 앙리 파브르의 '식물이야기'를 펼쳐들었다. 파브르의 '곤충이야기'는 어릴 때 많이 접했지만 '식물이야기' 또한 그에 못지않게 경이로웠다.

파브르는 식물과 동물은 형제라고 했다. 동물처럼 식물도 살아 숨쉬고, 먹고, 영양을 섭취하고 자손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브르는 식물을 알려면 동물을 살피고, 동물을 알고 싶으면 식물한테 배우라고 한다. 식물의 세상과 사람세상을 빗대어 기술한 파브르의 글이 얼마나 다정다감하고 푸근하던지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식물의 눈을 보호하는 비늘조각인 눈비늘을 관찰하면서 노동자들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들이 입을 옷감을 열심히 짜는 노동자들은 막상 그 멋진 옷감을 걸쳐 보지도 못하고, 리본 한조각도 그들의 모자에 달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세상에는 다른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 잎을 돌보려고 겨울 내내 차가운 바람을 막고 서있는 눈비늘 같은 사람들, 꽃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꽃받침이 되는 사람들, 남들이 꺼리고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겉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들의 희생과 헌신, 책임감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그들의 노력하나하나가 쌓여 세상은 듬직한 줄기와 건강한 가지를 올리고, 반짝이는 잎처럼 푸르게 되고, 열매로 풍성해지며, 아름다운 꽃이 되어 밝아지는 것이다.

3만년을 거슬러 부활한 패랭이꽃 앞에서 겸허해진다. "하루하루는 그대 생애의 나뭇잎 하나"라고 폴 발레리가 말했듯이 내 생애 나뭇잎들은 세상을 얼마나 푸르게 하고 있는지, 오늘 하루의 내 나뭇잎은 세상을 어떻게 밝게 만들 것인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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