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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인천공항에서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을 가는데 바닥에 '거리 두기'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전에는 '줄서기'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바뀌었을까. '거리 두기' 하면 우선 떠오르는 생각은 중국에서 발발한 전염병으로, 지난 3년여 동안 우리는 개인 일상의 거리를 많이 좁혀야 했고, 이웃과의 거리는 뜨막하게 지내야 했다. 이미 종식 선언을 하였지만, 그동안 우울감과 피로감을 겪어야 했던 역병은 이름을 바꿔 달고, 아직 잠복 중이며 지금도 병원을 방문할 때는 잊었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한다.

운전을 하다보면 안전거리 확보를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다. 면허시험 공부를 할 때 시속에 따라 앞차와의 거리를 정지거리 안전거리로 구분하여 배웠다. 하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함을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되도록 규칙인 법정속도를 지키려고 해도 차량의 흐름에 따라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때가 있고 저속으로 주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안전거리 확보와 상관없이 뒤차의 경적에 놀라 의지와 다르게 쫓겨 가기도 하며.

거리 두기는 집 안의 가구나 집기 등 살림을 배치할 때도 적용된다. 대개 가능한 공간을 널찍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가구를 다닥다닥 붙이기 마련인데, 풍수 전문가는 실내장식의 원칙에도 거리 두기가 있다고 말한다. 가구와 벽뿐 아니라 가구와 가구 사이에도 기의 흐름이 있으니, 최소한 거리 10㎝라도 확보하라고 한다. 건축학자들 역시 기의 흐름은 생물과 무생물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간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고 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옛사람들도 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말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아들을 결혼시킨 유명한 법학자는, 며느리에게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밥 먹자'라고 했단다. 서로 바쁜데 시간을 절약하자는 의미가 있었지만, 고부갈등·장서(丈壻) 문제 등에서도 멀어지고자 거리를 유지하며 몇 발자국 떨어져 있자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가족관계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텔레비전 토크 쇼에서 한 패널은 이 거리를 사랑의 거리 두기라고 했다.

젊음이 오뉴월 태양처럼 뜨거운 청춘의 연인 관계에서는 한치의 거리 두기를 용납하지 않지만, 일심동체였던 부부는 오랜 세월 함께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각방살이를 한다거나 시대의 풍속인지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졸혼이라는 미명하에 떨어져 살며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사람과의 '거리 두기' 친밀도에 따라 5m, 10m 넓히기와 좁히기를 계속하면서 오늘도 살아간다. 때로 자신이나 가족에게 위해(危害)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는 접근금지 명령을 100m로 정하고 있는 법률적 거리 두기를 보면서.

누구인가 사람과의 거리 두기는 난로와도 같다고 비유했다. '가까이하면 뜨겁고 멀리하면 차다' 가까이하지도 멀리하지도 않는 인간관계, 언제쯤 신선함을 유지하면서 적정한 관계 '중용지도'의 삶을 체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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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IVA 콘서트' 김소현·홍지민·소냐 인터뷰

[충북일보] 이들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아서 서로 친하다. 서로 무대에서 만난 지 오래됐는데 이번 콘서트 덕분에 만나니 반갑다"며 "셋이 모이면 생기는 에너지가 큰데 이를 온전히 관객들께 전해드리고 싶다"고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홍지민은 "사실 리허설 등 무대 뒤 분위기가 굉장히 화기애애하다. 셋이 만나면 서로 칭찬하기 바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 행복한 에너지는 전파된다고 생각한다. 서로 사이가 좋다 보니 무대에서도 합을 더 잘 맞출 수 있다"고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어 김소현은 최근 일본 공연, 새 뮤지컬 합류 등으로 바쁜 일정에 공연 준비까지 소화해내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선다. 맡은 배역이 위대한 인물이고 처음 도전하는 캐릭터라 연기를 하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공연 준비부터 실제 무대까지 모든 일이 정말 행복하고 즐겁다. 일 자체를 즐기니 힘든 것도 잊고 일정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이번 공연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대된다. 공연을 보러오시는 모든 관객께도 지금의 행복을 가득 담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겠다"고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