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현애

공인중개사

곳곳에 놓여있는 손 소독제와 출입구마다 발열 체크를 하고 공항에 들어서자 예상 했던대로 로비는 한산했다. 지난해부터 심각해진 미세 먼지와 황사 현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 했지만 기피했던 마스크가 이젠 필수품이 되었다. 얼굴의 반을 가려 아는 사람도 몰라 볼 정도로 데면데면하게 거리를 두고 앉아 있다가 비행기에 올랐다. 하늘길이 막혀 서 인지 이백여 좌석은 빈틈이 없었다. 잠시 후 활주로 유도선을 따라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항공사 직원 두명이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멀어져 갔고, 이어 굉음을 내며 이륙한 비행기는 2만7천피트 푸른 창공속으로 진입했다.

이른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일기 예보처럼 날마다 보고 되는 신규 확진자의 수, 거리두기를 강화 한다는 이야기와 긴 장마, 태풍으로 우울한 날 들의 연속 이었다. 한가위를 보내고 명절 연휴 인파를 피해 딸아이의 휴가에 맞춰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였던 것은 한달 전 이었다. 일상의 반복 되는 생활 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때 '여행', 이란 생각만 하여도 마음이 설레였다.

기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자연은 땅위에서 보는 느낌과는 또 달랐다. 하얀 솜덩이같은 구름이 뭉게뭉게 떠 다니고, 햇빛에 반사된 바다는 은비늘처럼 반짝였다. 울긋불긋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가을산은 다채롭게 색다른 감성을 적셔왔다. 시속 800키로, 한시간 남짓한 거리에 물한잔 없는 새로운 풍토가 시대의 흐름인 듯 했지만 대면 마스크가 말을 가린 덕분에 조용해서 좋았다.

옛이름이 탐라국인 제주여행은 이번이 다섯 번째이다. 부부모임, 가족여행, 대학원 졸업여행, 딸아이와의 여행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사십여년 전에는 가이드의 꽁무니를 따라 다녔고, 배탈이 나서 고생을 했던 적도 있다. 가장 아쉬웠던 기억은 내 인생의 마지막 졸업여행에서 갑자기 사무실 일정이 변경되어 도착한지 몇시간만에 되돌아 서야 했던 일이다.

제주공항에 내려 다시 발열 체크를 하고 수하물 인도장으로 갔다. 어른,아이 여행객들의 붐비는 가운데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크고 작은 짐들이 나오고 있었다. 유독 길고 커다란 가방은 풍광 좋은 바닷가에서 골프를 즐기려 온 관광객 들 이었다. 무리무리 흥성대는 분위기는 비대면 시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형이 동서東西의 길이가 비슷하고 럭비공 처럼 타원형인 제주도. 천혜의 자원이 풍부하고 문화의 숨결이 꿈틀대고 강인한 삶과 정신이 깃든 역사의 현장, 이번에는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단체 여행에서의 기억속에는 서두름이있었는데 이제는 렌트카를 운전하며 드라이브스루 커피를 마시며, 경관이 좋은 곳에서는 차를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새별오름의 펼쳐진 억새는 무르익은 가을을 한껏 연출했고, 핑크뮬리 숲과 드넓은 바다 위에서 지는 노을은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주상절리를 치는 파도소리와 하얗게 피어 오르는 포말은 육지에서의 상념들을 깨끗하게 날려 보냈다. 협재 해변에서는 백사장에 비닐을 씌우고 있었는데, 겨울바람에 날라가는 모래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모슬포항과 곶자왈이 가까운 민박집의 아담한 집의 분위기는 내맘에 꼭 들었다. 구옥을 리모델링한 집이었는데, 까맣고 구멍이 숭숭 뚫린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과 화단에 피어 있던 자잘한 꽃이 인상적이었다. 겅중하게 반토막 잘린 창의 커튼은 앙증맞은 인테리어 솜씨였고, 넓지 않은 마당에 놓여져 있는 햇살 바라기 의자 두 개는 아날로그적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냥 그대로 눌러앉아 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언택트시대, 혼저옵서(어서오세요) 사흘간의 일탈은 무뎌지는 일상에 신선한 한줄금 바람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