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신현애

수필가·공인중개사

가을 들녘이 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새해가 되면 언제나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계획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일주일에 세 번 아파트 둘레 길을 걷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서 잘 진행될 것이라 믿고 새해 벽두부터 아파트 돌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세 번째 날,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또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으나, 아직 두 개가 남았으니 느긋한 마음이었는데 이미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여자 넷이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던 약속이 생각난다.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부동산의 폐해가 사회문제로 심각할 때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였다. 단지, 생활상식을 얻으려고 사놓았던 공인중개사 교재였는데, 돌연 생각이 바뀌어 도전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펼쳤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법전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려웠고, 낯선 법률용어는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사전과 법전을 해어지도록 뒤적여가며 학원과 도서관을 오고 갔다. 아침이면 커다란 가방에 도시락 두 개를 넣고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집을 나와 저녁 늦게 돌아왔다. 온종일 독서실에서 진을 치고 사계절을 두 번 보내며 허천 병 난 듯 공부했다.

그때 세 여성을 만났다. 김**는 최연장자로 ㅊ여고를 나왔다는 자부심이 강했고, 이**는 성적이 뛰어났다. 문**는 예쁜 얼굴과 상냥한 서울 말씨로 특히 젊은 강사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했는데, 나는 내세울 것이 없었다. 새 책을 사면 서로 바꿔 보며 동지애를 발휘하다가 모의고사 때가 되면, 치열한 경쟁자로 한끝 점수에 연연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우리는 서로 공부를 안 하는 척했다. 분명히 몸이 아파서 집에 있다고 한날, 대학교 빈 강의실(당시 집 근처에 있던 C대학교 빈 강의실은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에서 만났고, 서울에서 오는 유명 강사님의 저녁 강의에는 앞자리에 먼저 앉으려고 아침부터 가방을 갖다 놓기도 했다. 여자 네 명, 시험 전날 학원 아래층에 있던 J 다방에서 절박한 심정이 되어 만난 우리는 "합격하면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전쟁터에 나가는 용사처럼 '살아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는데, 그날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가끔 바람결에 들려 오는 소식은 **는 건강이 안 좋다는 소식이었고 **는 돈 많은 남자를 만났다고 했으나 …. 또 **는 종적을 도무지 알 수 없다. 못난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던가. 못난 나만이 아직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 봄, 얼어붙은 눈을 서걱서걱 밟으며 논과 밭을 현장답사 하였고, 신축건물의 시멘트 냄새를 맡으면서 이론과 실무를 접목 시키려고 뛰어다니다 보니 내 인생의 푸르렀던 날이 어느 사이에 모두 가버렸다.

나폴레옹은 '약속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은 약속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한 타래의 지난 이야기와 실전에서 쌓은 경험이 수두룩한데, 드높은 하늘에서 구름이 만나듯 그리운 얼굴들과 언제쯤 약속이 이뤄지려나.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